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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내기-단장의 투혼, kt 유쾌한 야간 훈련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2-16 11:53


◇선수들 타격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조범현 감독.  사진=김 용 기자

"오전 훈련 없는 것 맞죠?"

kt 위즈의 1차 전지훈련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스포츠컴플렉스. kt는 16일(이하 한국시각) 처음으로 야간 훈련을 실시했다. 평소 오전 9시 훈련이 시작되는데, 이날은 밤 8시까지 훈련을 위해 오후 1시 훈련이 개시됐다. 투산의 최근 낮 날씨가 너무 더운 탓도 있었고, 2차 LA 캠프에서 야간 연습경기가 잡혀있어 적응 차원도 있었다.

아무래도 무더운 낮 시간 훈련을 하면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지치기 마련. 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자 한층 즐거운 분위기 속에 훈련이 진행됐다.

타자들은 두 조로 나뉘어 프리배팅 연습을 했는데, 조범현 감독이 선수들의 타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내기 제안을 했다. 주장 박경수와 이대형이 중심이 된 타격조가 15번 타격 중 안타성 타구 10개를 만들어내면 LA 이동일(18일) 다음날 오전 훈련 대신 간단한 오후 훈련을 일정 변경을 하는 것이었다. 평소 훈련 중에는 엄격하고, 이런 내기를 잘 안하는 조 감독인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통큰(?) 결정을 내렸다.


◇직접 피칭 머신에 공을 넣고 있는 김진훈 단장.  사진=김 용 기자
그런데 이게 웬일. 선수들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며 미션을 성공시켜 버렸다. 워낙 타구 질들이 좋아 안타가 아니라고 우기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마지막 안타를 만든 박경수가 배트를 집어던지며 환호성을 질렀고, 곧바로 선수단에 "이동일 다음날 오전 휴식"이라고 외쳤다.

이에 조 감독이 살짝 당황한 듯 보였고, 황병일 수석코치가 중재에 나섰다.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내기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결사반대. 이에 조 감독은 "이대형이 배팅 케이지 그물을 맞히지 않으면 인정"이라고 했다. 빗맞은 타구가 나오면 안된다는 뜻. 이에 이대형이 보란 듯이 5개의 타구를 시원하게 쭉쭉 외야로 날렸다. 이에 조 감독도 할 말이 없어졌고, 결국 이동일 다음날 오전은 선수들이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사실, kt 선수단은 투산에서 LA 인근 샌버나디노까지 7시간 가량의 버스 이동을 해야한다. 안그래도 심신이 지친 상황에서 쉬운 코스가 아니다. 이번 유쾌한 내기에는 조 감독의 배려가 숨어있었다.

한쪽에서는 또 다른 재밌는 장면이 연출됐다. 베팅 케이지 두 곳에서 동시에 배팅 훈련이 이뤄졌는데, 피칭 머신에 공을 투입하는 사람이 남달랐기 때문.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진훈 단장이었다. 가만히 앉아 기계에 공을 넣는게 힘든 일이냐고 할 수 있지만, 단장의 권위를 내려놓고 선수단과 함께 호흡하는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김 단장은 평소 선수들 앞에서 권위를 세우기 보다는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다가가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번 시즌 시무식에서 선수 개인별로 일일이 새 시즌 목표를 갖게 하는 사자성어와 격려 메시지 선물하기도 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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