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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로사리오, '야구 IQ'가 높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2-02 12:59


"아! 이래서 메이저리거였구나."

한화 이글스는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 영입을 완료하지 못했다. 선발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타자 윌린 로사리오만 계약해 현재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두 명밖에 없는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이미 실력이 검증된 로저스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 1월29일 팀에 합류한 로사리오 역시 '풀타임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김성근 감독과 동료 선수들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올해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로 활약해줘야 하는 에스밀 로저스는 투구 뿐만 아니라 수비 실력도 뛰어나다. 영리한 플레이로 동료들은 물론 김성근 감독까지도 감탄시킨다. 1일 고치 시영구장에서 타구 수비훈련을 하는 로저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무엇보다 이들이 다른 선수들을 놀라게 하는 건 빠른 구속이나 호쾌한 장타가 아니다. 오히려 스텝이나 캐치, 토스, 송구 등 선수라면 누구나 신물이 날 정도로 해왔던 기본기에서 경탄을 자아낸다. 탄탄하게 다져진 기본기에다 뛰어난 응용력을 접목시킨 움직임을 보여준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다음 플레이까지 고려하는 센스가 있다. 한 마디로 '야구 IQ'가 높다.

이들은 지난 1일 오전에 내야 번트 및 땅볼 타구에 대한 수비 훈련을 진행했다. 고치 시영구장의 보조 그라운드에 내야진이 모두 모였고, 투수조는 5명씩 돌아가며 패턴 플레이 연습을 했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타석에서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김정준 코치가 여러 방향으로 다양한 속도와 바운드로 공을 떨어트리는 식이다. 그러면 방향과 거리, 그리고 미리 가정한 주자 상황에 맞춰 투수나 포수, 1루수, 3루수가 공을 잡고 아웃카운트를 만드는 식이다.

이 훈련에서 로저스와 로사리오는 무척 돋보였다. 로저스는 일단 입으로 분주했다.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쳤고,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실수할 때는 글러브로 허벅지를 치면서 익살스럽게 안타까워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풀타임 메이저리거 다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호쾌한 장타 뿐만 아니라 내야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러나 이런 떠들썩한 모습은 다분히 훈련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로저스의 연출이다. 자신이 수비 차례가 오면 무척이나 진지하게 상황에 몰입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빠르고 정확한 캐치 및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뜬 번트타구를 짧은 바운드로 잡아 던져 더블플레이를 유도하는 동작도 다른 동료들보다 한층 유연하고 빨랐다. 이를 지켜본 베테랑 투수 이재우는 "정말 영리하게 야구를 하는 것 같다. 야구 머리(IQ)가 참 좋다"고 경탄했다.

로사리오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3루와 1루를 옮겨가며 다양한 수비 훈련을 한 로사리오는 탄력이 넘쳤다. 공을 잡으려 앞으로 달려오거나 좌우로 사이드 스텝을 밟을 때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하체에서 나오는 민첩함을 과시했다. 송구 역시 정확히 베이스에서 기다리는 수비의 벨트에서 가슴 사이로 들어왔다. 김성근 감독은 "수비 송구 때도 정확한 제구력이 필수다. 주자가 달려오는 상황에서 정확하지 못한 송구는 실책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료가 공을 잡기 편하게 던져줘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로사리오의 송구는 매우 좋다. 잡기 편한 높이로 정확하게 던지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저런 모습은 배워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는 역시 뭔가 다르다"며 크게 만족스러워했다. 정확한 기본기와 이를 응용할 줄 아는 영민함. 로저스와 로사리오는 분명 올해 한화에 큰 기여를 할 듯 하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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