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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는 격변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팀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새로운 시기를 맞았다. 그저 성적만을 내는 팀이 아닌 성적과 함께 수익을 내는 진정한 프로구단으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이런 새출발을 새구장에서 한다. 1만석의 작은 대구시민구장에서 최대 2만90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삼성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긴다. 큰 구장에서 다양한 마케팅 방법으로 팬들을 끌어모으려 한다.
11월까지만 해도 윤성환과 안지만까지 빠지게 될 최악의 상황을 생각했더라도 최강의 타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타선마저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대구 출신으로 당연히 삼성에 남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박석민이 NC로 이적했다. 4년간 최대 96억원의 역대 FA 최고액 계약을 했다. 여기에 역시 당연히 재계약을 할 것이라 여겼던 외국인 타자 나바로마저 계약이 틀어졌다. 불성실한 태도를 바로 잡으려는 삼성에게 나바로는 결국 등을 돌렸다.
둘은 왼손타자가 많은 삼성에겐 오아시스같은 우타 거포였다. 박석민은 타율 3할2푼1리(448타수 144안타)에 26홈런, 116타점을 올렸고, 나바로는 타율 2할8푼7리(534타수 153안타)에 48홈런, 137타점을 기록했다. 둘이 297안타에 74홈런, 253타점을 올렸다. 둘이 팀 홈런(176개)의 42%, 전체 타점(850개)의 29.8%를 책임졌다. 올시즌 삼성의 라인업에서 우타자는 박석민과 나바로 이지영 김상수 4명 뿐이었다. 상위타선에서 우타 거포로 활약했던 둘이 빠지는 것은 삼성 타선의 파괴력의 반감과 더불어 좌-우 불균형이 심각해질 수 있는 숙제를 남겼다.
올해 삼성은 불펜이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선발야구로 정규리그 5연패를 이뤘다. 선발이 길게 막아주면서 막강 타선이 터져 리드하면 안지만-임창용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게 삼성의 승리공식이었다. 윤성환 차우찬 장원삼 피가로 클로이드 등 5명이 선발이 모두 두자릿수 승리를 하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불펜이 약화되고 타선마저 힘이 떨어질 수 있는 내년시즌엔 더욱 선발 투수들이 중요해진다.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보인 탈삼진왕 차우찬과 올시즌 부진으로 절치부심하고 있는 장원삼은 두자릿수 승리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빠른공을 뿌리는 웹스터와 밸레스터도 한국야구에 적응만 잘한다면 충분히 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펜이 문제가 되지만 일단 선발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삼성에게 이런 시련은 없었다. 명가 삼성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2016시즌 KBO리그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될 듯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선발이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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