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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 펜스 당기고픈 LG, 관심없는 두산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2-15 18:18


LG와 두산은 한지붕 두 가족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공유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잠실구장은 '광활하다'로 통한다. 홈런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구장. LG 양상문 감독은 최근 잠실구장 펜스를 앞으로 당기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양 감독은 "우리팀에 거포가 많진 않지만 잠실구장이 너무 커서 손해를 보는 선수들이 꽤 있다. 우리팀엔 중장거리 타자가 많다. 펜스를 앞으로 3~5m만 당겨도 공격이 좀더 활발해질 수 있다. 시즌에 앞서 김태형 두산 감독과 의견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두산이 우승을 했으니 아마도 변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LG 프런트 역시 좌우 100m에 중앙 125m, 넓은 좌중간, 우중간을 가진 잠실구장을 좀더 작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구장을 바꾸려면 공동사용자인 두산과 먼저 합의를 해야하는데 두산이 부정적이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한번도 잠실구장 규모를 바꾸는 것을 검토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있는대로 야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올시즌 개막전, 잠실구장에 꽉 들어찬 관중. 잠실구장은 국내 최대규모 야구장이다. 홈런이 잘 나오지 않기로 유명하다. 김현수는 잠실에서 28홈런을 때렸는데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부분을 높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조선DB
LG 백순길 단장은 "펜스 문제는 몇년전 검토한 바 있다. 현재로선 펜스를 당기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최근엔 타자들의 타구 비거리를 홈런이 아니더라도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양석환의 경우 120m 언저리의 타구를 많이 날리는데 중앙 펜스 기준으로 120~122m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7~8개는 더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양석환은 올시즌 타율 0.260 8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또 있다. 2013년 KBO는 경기장 관리규칙을 만들었다. 규칙은 경기장의 필수 시설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워닝존(외야와 펜스 사이에 약 5m의 완충지대, 외야수들이 수비를 하면서 펜스플레이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공간)은 잔디구장의 경우 흙으로 구성해 발로 느끼는 촉감을 달리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백순길 단장은 "이 규정 때문에 두산과는 별도로 LG구단 단독으로 몇 년전 실시했던 X존도 운영할 수 없다. 두산과 협의만 되면 잠실구장 보수를 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LG는 2009년과 2010년 2년간 X존을 운영했다. 잠실구장 펜스를 4m 정도 당기는 임시 이동식 구조물 펜스를 경기전 설치했다. 두산은 홈게임때 X존 펜스를 허물고 경기를 치렀다. X존 운영 당시 LG의 팀홈런수는 꽤 늘었다. 잠실구장 홈런의 27%가 X존 홈런(임시 펜스와 기존 펜스 사이에 떨어지는 홈런)이었다. LG를 떠난 힘있는 타자들이 타구단으로 트레이드 된 뒤 홈런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이른바 '탈 LG효과'도 LG구단의 고민을 키우는데 한몫 했다.


2009년 3월 잠실구장 모습. LG는 잠실구장 경기에 앞서 외야 펜스 앞에 임시 펜스를 설치 X존을 운영했다. 더 많은 홈런으로 박진감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lg구단 제공
잠실구장의 홈런양산 데이터는 두산홈게임의 경우 전체 평균대비 63.5%, LG홈게임은 전체 대비 51.9%에 그치고 있다. 다른 구장평균을 100%로 봤을 때의 수치다. 비거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잠실구장에선 타자들이 머나먼 펜스를 바라보며 방망이를 휘두르다보면 스윙에 힘이 들어가 비거리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펜스를 당기면 상대 홈런도 늘어나겠지만 중장거리 타자들이 많은 LG로선 잃는 것 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는 내부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LG의 내부 희망사항은 당분간 세상 밖으로는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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