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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현 vs 김승회+4억4000만원+38억원 세이브.
그런데 이름값만 놓고 보면 김승회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김승회는 올시즌 39경기 7승3패2홀드2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6.24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마무리로 뛴 김승회는 올시즌 선발로 보직을 바꾸고, 중간에 다시 불펜으로 이동하는 등 힘든 여정을 겪었다. 윤길현보다 나이가 2살 많다 하지만, 김승회도 불펜에 제대로 된 역할을 부여하면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자원이다.
두 선수 중 누가 더 나은 투수인지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존재감에서 확실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결국 중요한 건 돈이다. SK는 윤길현을 떠나보내는 대신,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김승회를 얻고 거기에 보너스로 4억4000만원까지 받았다. 가장 큰 것은 롯데가 윤길현을 위해 투자한 38억원을 SK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이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올시즌 김승회가 윤길현 자리를 SK에서 그대로 메워준다면 SK에는 엄청난 이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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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 듯 FA와 보상 선수 영입 과정에 매우 재밌다. 마음이 급한 구단에서는 당장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목을 멘다. 해당 선수의 원소속구단은 다른 구단의 평가를 받겠다고 떠난 선수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가도 굴러들어오는 돌들을 바라보면 오히려 마음이 흐뭇해질 때가 있다. 이번 SK의 두 차례 보상선수 지명 과정이 그렇다. 일각에서는 "SK가 이번 오프시즌 최고 승자"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온다. 물론, 롯데와 LG도 이 선수들이 보상선수로 유출될 가능성을 충분히 대비하며 FA 영입을 진행한 것이기에 이제부터는 내년 시즌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많은 돈을 쓰며 FA 선수들을 영입한 구단들이 해당 선수 활약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이로 인해 타 팀으로 이적하게 된 보상선수들도 쏠쏠한 활약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보상선수가 주인공 FA 선수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해버린다면 지갑을 연 구단들의 마음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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