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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광풍의 그림자, 한국야구는 무엇을 잃고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2-01 23:23


FA 영입은 현재보다 더 전력을 강화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프로야구단의 당연한 행위다. 선수 또한 FA 계약을 통해 수 년간 확실한 입지 속에서 거액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FA의 얼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10월 31일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삼성에 시리즈 3승 1패로 앞서있다. 두산 유희관과 삼성 장원삼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삼성 박석민이 2회 1루 파울플라이로 아웃됐다. 타석을 물러나고 있는 박석민.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31
그러나 이 제도가 현실, 특히 한국 프로야구에 뿌리를 내린 뒤 문제가 벌어졌다. 이미 '100억대'를 돌파한 상상 초월의 거액 FA가 탄생하면서 구단들은 점점 심각한 자금 압박을 느낀다. 또한 그 과정에서 금지 규정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탬퍼링 금지는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또 FA 계약 후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금액도 신뢰를 잃었다. 수 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받는 대형 FA들이 탄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프로야구는 많은 것을 잃고 있다. 마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으로 물든 번화가 뒤에 가린 어두운 뒷골목의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FA 영입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몰리게 되면 구단은 발전적인 재정 집행을 할 수 없다.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단은 재정과 경영에 있어 모기업의 지원에 전폭적으로 기대고 있다. 때문에 매년 이런 식으로 FA 영입에만 100억원을 훌쩍 넘는 자금을 쏟아붓게 되면 상대적으로 세밀하게 투자해야 할 부분은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이 가운데에는 당장 빛을 보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야구단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게 챙겨야 할 파트가 포함돼 있다. 이를테면, 저연봉 선수, 2군 선수 및 재활선수들의 처우 문제나 유소년 야구 육성지원 등이 해당한다.

수 십억원짜리 FA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2군 선수들, 그리고 저연봉 선수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때문에 1군에서 2군에 내려가는 선수들에 대해 "유배간다"는 식의 표현이 나올 정도다. 사실 메이저리그식의 '팜 시스템'이 없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2군 자원은 구단의 장기적인 전력 개선을 위해 마땅히 중요하게 챙기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2군은 1군에 비해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며 '눈물젖은 빵'을 씹어삼킨다.

또한 각 구단별로 체계적인 유소년 야구 육성 지원에 대한 투자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몇몇 구단은 꾸준히 지역 유소년 야구대회를 개최하거나 시즌 후 용품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이뤄진다기 보다는 일시적인 사회 공헌활동 정도로 치부되는 게 문제다. 유소년 야구에 대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은 좋은 밭을 일구어 양질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이렇게 해서 성장하는 유소년 야구자원들은 해당 구단, 나아가서는 한국 야구 전체의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짜임새 있는 계획에 의거해 적지 않은 투자를 병행해야만 한다.

결국 지금처럼 구단이 FA 선수 영입에만 엄청난 돈을 쏟아붓게 되면 2군 및 저연봉 선수에 대한 처우 개선, 그리고 유소년 야구 지원 등에 대한 지출은 상대적으로 빈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해보자.(사실 이미 그런 지는 오래됐다.) 그러면 결국 프로야구는 고사될 수도 있다. 황금알을 낫는 거위를 키우지 않고, 냉큼 배를 가르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래 자원에 대한 육성과 관리를 도외시한 채 초대형 FA 영입에만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행위는 결국 프로야구계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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