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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KIA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1루 KIA 김원섭의 삼진때 2루 도루를 시도하던 1루주자 신종길이 롯데 포수 안중열의 2루 송구가 빠진 사이 홈으로 파고들어 세이프됐다. 김기태 감독이 신종길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chosun.com/2015.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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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프로축구 전북 현대 모터스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에 의미가 큰 해다. 그해 KIA가 SK 와이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데 이어, 전북 현대가 성남 일화를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1년 여름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한 KIA는 'KIA 타이거즈' 이름으로 첫 우승을 달성했다. 1994년 출범한 전북 현대도 창단 후 첫 우승이었다. 현대기아차그룹 산하 축구와 야구, 두 메이저 팀이 동시에 최고의 자리에 선 것이다. 타이거즈는 '야구 명가' 해태를 계승한 팀이다.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 리그 우승이 전북 현대 도약의 기폭제가 됐다.
그런데 2009년을 뒤로하고 두 팀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전북 현대가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KIA는 '야구 명가'의 면모를 잃어버렸다. 야구와 축구의 종목 특성, 그룹 내 위상을 감안해야겠지만, 드러난 성적이 그렇다.
전북 현대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샴페인을 터트렸다. 2001~2003년 성남 일화 이후 첫 K리그 연속 우승이다. 지난 2009년 첫 우승에 성공한 전북 현대는 2011년, 2014년에 이어 통산 4번째로 정상을 밟았다. 후발 주자인 전북 현대가 K리그 최강 팀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전북 현대가 고속 질주를 할 때 KIA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2009년 우승 이후 지난 6년간 딱 1번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2011년 정규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나간 게 이 기간에 거둔 최고 성적이다.
최근 몇 년간 KIA는 참담한 성적을 냈다.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8위에 그쳤는데, 올해는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선수가 부족한 가운데 선전했다는 호평이 따랐지만, 4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우승 이후 전력을 키우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나란히 호남을 연고지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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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 경기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가운데 정의선 전북 현대 구단주가 그라운드에 내려와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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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전북 현대와 KIA, 두 팀의 성적차는 무엇에 기인하는 걸까.
최근 K리그는 거품을 빼고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치열한 성적 경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전처럼 과열 분위기는 아니다. 전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앞서 투자 효과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분위기다. 수원 삼성, 울산 현대, FC 서울 등 대다수 기업 구단이 운영비를 줄여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리그 전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전북 현대는 전력 유지를 위한 비용을 크게 줄이지 않았다.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가 해외에서 모기업 홍보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 스폰서다. 전북 현대 구단 관계자는 "투자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구단 운영을 추구해 왔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무조건 투자를 많이 한다고 성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전북 현대는 한해 운영비로 300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
KIA는 최근 몇 년간 외부 수혈을 통한 전력 강화에 소극적이었다. 한때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했는데, 지난 몇 년간 대형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해 외부 FA를 외면한 KIA는 올해도 사실상 '빈손'으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공격력과 불펜 보강이 시급한데도, 전력강화에 실패했다.
내년 시즌 전망도 어둡다. 선수 부족에 허덕였던 지난해처럼, 선수를 육성하면서 성적을 함께 노려야 하는 처지다. 내년 시즌도 전력 보강없는 사실상의 '비자발적 리빌딩 시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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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에 0대9로 뒤지는 가운데 KIA 선수들이 9회초 마지막 공격을 지켜보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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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법인인 전북 현대와 KIA는 큰 울타리로 보면 한식구라고 볼 수 있지만, 차이가 있다. 현대차가 전북 현대를 지원하고, 기아차가 타이거즈 구단 운영비를 댄다. 양팀 모두 정몽구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데,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전북 현대 구단주 대행이다. 아무래도 전문 경영인이 구단주대행으로 있는 KIA보다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지난 10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전북 현대 선수단을 격려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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