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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후보가 발표됐다.
임창용은 33세이브로 구원 부문 1위(평균 자책점 2.83), 윤석민은 2승6패, 30세이브 평균 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차우찬은 13승7패 1홀드 평균 자책점 4.79였다. 하지만, 194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
모두 충분히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다.
골든글러브 후보가 되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타이틀 홀더는 성적과 상관없이 골든글러브 후보에 포함된다. 특정 부문의 1위는 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펼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KBO의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 요건이었다. 즉, 타이틀 홀더가 되면 성적에 상관없이 무조건 골든글러브 후보에 포함된다.
또 나머지 2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6명의 후보 중 5명은 모두 KBO가 시상하는 부문의 타이틀 홀더다. 양현종은 평균 자책점, 해커는 다승, 안지만은 홀드, 임창용은 세이브, 차우찬은 탈삼진 부문이다.
하지만 윤석민은 나머지 2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킨 후보다. 30세이브(3위)를 기록했고, 평균 자책점도 2.96으로 기준점인 3.50을 밑돌았다.
그런데 허전함이 있다. 토종 최다승을 기록한 유희관과 삼성의 에이스 윤성환이다. 이들은 골든글러브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올 시즌 맹활약했다. 유희관은 18승5패, 평균 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다승 2위, 승률 2위다. 윤성환은 17승8패, 평균 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들은 평균 자책점이 기준점에 웃돌았다. 게다가 타이틀도 따내지 못했다. 결국 올 시즌 좋은 활약에도 골든글러브 후보군에 오르지 못했다.
후보군 선정 기준은 KBO가 데이터를 토대로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설정한다.
매년 각각 다르다. 타고 투저, 투고 타저 혹은 특정 포지션의 기록의 질에 따라 기준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 포수 부문 기준 타율은 2할3푼이었다. 만약, 기준을 3할로 잡았을 때 만족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기준점을 대폭 낮출 수밖에 없었다.
KBO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다. 골든글러브는 그 포지션의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는 자리다. 때문에 후보군이 많아지면 그만큼 상의 권위가 떨어진다. 이런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기준점은 항상 매년 바뀔 수밖에 없다.
만약 유희관이나 윤성환을 포함시키기 위해 평균 자책점을 4.0으로 대폭 인상했을 때, 두 선수 뿐만 아니라 임창민(31세이브, 평균 자책점 3.80), 밴 헤켄(15승, 평균 자책점 3.62, 탈삼진 2위)도 포함을 시켜야 한다. 무려 10명의 선수가 골든글러브 후보군에 오른다. 기준점을 약회시키면 가장 많은 이닝(210이닝)을 소화한 린드블럼과 같은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은 선수들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10승과 15승의 가치는 당연히 다르다. 15승과 20승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기록은 맹점이 생긴다. 상황에 따른 그 선수의 가치를 정확하게 뽑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즉, 1승 차이 혹은 평균 자책점 0.1~0.2점 차이로 그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 선상에서 윤성환과 유희관, 벤 헤켄 등은 골든글러브 후보군에 탈락됐다. 6명의 후보들 못지 않게 뛰어난 공헌도와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부분은 특정 선수를 골든글러브 후보에 제외시킬 수 있는 '힘'을 자연스럽게 KBO가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언제든지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은 고쳐야 할 구조다.
때문에 약간은 '기계적인' 선정기준은 좀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아니면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쉬운 대목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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