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假品)'은 언뜻보면 꽤 그럴듯 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허술함이 보인다. 무엇보다 진품(眞品)과 나란히 놓고 봤을 때 그 초라한 허상이 낱낱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한국 최초의 돔구장' 서울 고척 스카이돔은 두말 할 필요없이 '가품'이다. 흔히 쓰는 속어로 '짝퉁'도 있다. 진품 중의 하나인 일본 삿포로돔과 비교해보니 낯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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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프리미어 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쿠바와 슈퍼시리즈를 통해 최종 점검을 마친 야구대표팀은 6일부터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2015 WBSC 프리미어 12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프리미어 12는 8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21일까지 14일 동안 진행된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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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 스카이돔은 지난 4일 쿠바 대표팀을 초청해 치른 '서울 슈퍼시리즈'로 대중에게 민낯을 드러냈다. 이 공식 개장경기에 앞서 지난 9월15일에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구장의 내외부 시설을 소개하고, 향후 운영 계획을 밝혔다. 두 차례의 행사 때마다 서울시는 고척 스카이돔에 대해 큰 자부심을 보였다.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는 고척돔을 "공공체육시설의 확충과 다양한 행사수용이 가능한 문화시설 제공을 위해 국내 최초의 돔구장으로 건축된 고척 스카이돔은 사계절 내내 체육·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복합체육문화시설"이라고 소개해놨다. 하지만 이건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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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프리미어 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쿠바와 슈퍼시리즈를 통해 최종 점검을 마친 야구대표팀은 6일부터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2015 WBSC 프리미어 12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프리미어 12는 8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21일까지 14일 동안 진행된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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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고척돔은 실제 사용주체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흉측스런 조형물에 불과하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체육·문화 행사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그리고 그 진행을 원활하게 하려면 어떤 시설을 갖추고 어떠한 공간이 필요한 지를 따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해당 체육·문화 행사를 보기 위해 입장하는 시민들에 대한 배려도 없다. 대중 교통과의 접근 편리성, 주차 시설, 이동 경로, 매점 등의 편의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에서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이동선이 비상식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저 공간만 준비해놓고 시민들에게 그에 맞출 것을 강요한다. 또 설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야구 경기를 치르기에는 조명도 어둡고, 천장도 타구를 구분하기 어렵게 돼 있다. 환기도 제대로 안된다. 4일 쿠바전 때 경기 초반 터
기본적으로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배려나 연구가 전혀 없었다. 그럴듯한 외형만 있을 뿐 그 안에 '사람'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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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돔야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 공사를 마무리하고 15일 미디어데이 행사로 베일을 벗었다. 국내 최초의 돔야구장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복합체육문화시설인 고척스카이돔이 모습을 드러내며 100년이 넘는 한국야구 역사에서 돔구장 시대가 본격 개막하게 됐다. 고척스카이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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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4년 전인 지난 2001년 개장한 삿포로돔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4일 고척 스카이돔 개장경기로 열린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친선전을 취재한 뒤 8일 한국과 일본의 프리미어12 개막전을 취재하기 위해 삿포로돔을 방문했다. 규모부터 남달랐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개장한 삿포로돔은 총수용인원 5만3845명의 대형돔이다. 특히 축구와 야구를 모두 치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돔'이다. 야구는 인조잔디 그라운드에서 치르고, 축구를 할 때는 밖에 준비돼 있는 대형 이동식 천연잔디 그라운드가 자동으로 움직여 들어온다. 그래서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즈와 프로축구 J리그 콘사돌레 삿포로가 함께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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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한국과 쿠바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가 열렸다. 개장 경기가 열리는 고척돔 앞 도로가 퇴근길 차량으로 인해 꽉 막혀있다. 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4, 5일 쿠바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후 8일 개막하는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에 출전한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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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대형 규모나 가변식 그라운드 등의 요소 때문에 삿포로돔이 더 빛나는 건 아니다. 이런 요소를 들어 고척돔을 단순 비판하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러나 삿포로돔이 더욱 훌륭한 것은 그 안에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해놨다. 당연히 선수들도 최적의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8일 개막전에는 총 2만8848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하지만 각 층별 콘코스 시설이 크게 열려있고, 이동선이 효율적으로 만들어져 전혀 붐비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지하철 후쿠즈미역과 통로로 바로 연결돼 있다. 후쿠즈미역 남쪽 출구에서 도보로 10분이면 야구장에 도착한다.
관중석도 넓직했다. 관중들은 경기를 보다가도 화장실이나 매점 등에 가기 위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고,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가 통로에 마련된 계단에 앉아 쉬거나 대형 스크린에서 맥주를 마시며 여유롭게 야구를 즐겼다. 원래 야구는 이렇게 보는 경기다. 지난 미디어데이에서 이형삼 서울시 체육정책과장은 고척돔 외야에 30석씩 붙어있는 불편한 관중석을 만든 이유를 묻자 "야구경기가 클리닝타임 외에는 많이 이동할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야구를 마치 인터미션 시간에만 이동을 허용하는 오페라나 뮤지컬인 줄 안 듯 하다.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결국은 이런 꽉 막힌 생각을 가진 공무원들이 '결과'만 보여주기 위해 주먹구구로 만든 게 바로 고척돔이다. 나흘 사이에 고척돔과 삿포로돔을 비교해보니 마치 몇 해전 온라인 상에서 유행했던 중국산 짝퉁 샌드위치 사진이 생각났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만 내용을 바르고, 속은 텅 빈 짝퉁 샌드위치. 그게 바로 서울시가 자랑하는 고척돔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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