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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택한 히어로즈, 팬-서울시가 응답할때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1-08 09:36


넥센 히어로즈는 네이밍 스폰서 재계약 과정에서 적잖은 고민을 했다. 넥센 타이어와의 계약기간은 끝나가고, 내년부턴 운영비가 배이상 든다는 고척돔으로 옮긴다. 당장 매년 수십억원인 적자폭이 수백억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일본계 금융회사인 J트러스트와의 협상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히어로즈 구단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고, 이장석 대표는 넥센 타이어와의 재계약을 택했다. 넥센 타이어 역시 스폰서십 금액을 두배로 올려 기대에 부응했다.


◇히어로즈 구단과 넥센 타이어의 네이밍 스폰서십 3년 재계약. 이들의 인연은 이제 최장 9년으로 이어진다.
돈보다 의리 택한 히어로즈, 이제는 팬들을 포함한 야구인들이 응답할 때다. 한때 대부업을 했던 일본계 금융기업의 프로야구단 네이밍 스폰서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이쯤에서 궁금하다. 히어로즈 구단 사람들, 특히 히어로즈 구단 수뇌부는 예견된 팬들의 반발을 몰랐을까. 탤런트 고소영씨와 CF 논란을 빚었던 업체라는 것은 검색 몇 번이면 금방 나온다. 이런 위험한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히어로즈 경영은 어려운 상태다. 이장석 대표가 매년 적자폭 수십억원(5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도 들린다)을 메우기 위해 사재를 털어 충당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내년이면 벌써 10년이 된다.

J트러스트 얘기가 나왔을 때 주위에선 '돈밖에 모른다'는 비난이 날아들었다. 히어로즈가 돈밖에 몰랐다면 애초부터 야구단을 인수, 운영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생능력, 마케팅 활성화라는 거시안목을 갖고 2007년 창단을 했지만 당시만 해도 프로야구 인기가 바닥을 칠 때다.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고자 하는 국내 대기업도 전무했다. KBO는 당시 120억원이나 되는 운영자금을 대주면서 8개 구단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왜 탄탄한 기업 대신 이름도 모르는 투자회사에 야구단을 넘겨주냐며 KBO를 향한 원성이 자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말고는 야구단을 운영하고자는 기업이 없었다.

지금의 야구인기와 그때는 많이 달랐다. 지금이야 프로야구가 부동의 인기스포츠, 700만관중을 넘어서고 있지만 그때는 프로야구의 위기였다. 지금의 시선으로 그때를 보면 안된다. 그 누구도 지금같은 호황기를 예측하지 못할 때였다.

히어로즈가 현대를 인수한 뒤에도 계속되는 자금난, 한때 주축선수들을 팔아 운영자금을 대자 저주에 가까운 막말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까지 3년 연속 넥센 히어로즈는 가을 야구를 경험했고,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를 키워내고, 수많은 선수들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줬다. 박병호 서건창 강정호 유한준이 대표적이다.

히어로즈는 넥센 타이어보다 더 많은 돈을 제시한 미국계 금융회사의 제의도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보다는 더 가치있는 것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8년전이나 지금이나 큰 맥은 변치 않았다. 이장석 대표를 두고 사기꾼이라며 손가락질 한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재평가 받고 있다.

히어로즈의 의리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은 팬들이 고척돔을 한번이라도 더 찾는 것이다. 고척돔이 차고 넘쳐야 3년뒤 이번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자생력을 갖는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또한번 도약하게 된다. 팬들이 사랑을 보여줘야할 시기다.

유승준의 입대논란에는 손가락질 하면서도 온라인 상에는 '어떻게든 병역을 피하겠다'는 글이 넘쳐난다. 잘못 뒤엉킨 군문화가 가장 큰 이유지만 사회 통념과 개인 이익이 상충할때 많은 이들은 후자를 놓고 고민한다. 기자 역시 이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 서남부에 사는 야구팬이라면 부디 내년에 한번만이라도 고척돔을 찾았으면 한다. 좌석이 불편하고, 교통난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척돔을 찾아야 서울시도 관련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서울시, 특히 시설관리공단도 광의적 개념에선 야구관계자라 할 수 있다. 야구로 거액의 세금을 걷고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와 히어로즈를 보면 건물주와 세입자의 불편한 관계가 자꾸 떠오른다. 세입자의 사업이 번성해야 임대료도 올려받을 수 있다. 반대로 세입자가 과도한 임대료로 제풀에 쓰러지면 '공실'이 된다. 한푼도 손에 쥘 수 없다.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내년 고척돔 운영을 놓고 서울시와 히어로즈 구단 사이엔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서울시 역시 돈보다 의리를 택하길 기대해 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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