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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현수, 구단 결정하면 전폭적 지원할 것"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1-01 12:11


삼성과 두산의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두산 박건우의 2타점 안타로 두산이 2-1로 역전에 성공하자 일반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두산 박용만 회장과 박재원 부장(박회장 왼쪽)이 함께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28/

지난 10월29일 한국시리즈 3차전. 날씨는 유별났다. 경기 전 잔뜩 찌푸린 하늘.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굵어졌다가 가늘어졌다. 그쳤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차남 박재원 두산 인프라코어 부장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야구사랑은 유별나다. 특석이 아닌 일반 관중석에 앉아 두산 팬과 함께 앉아 열렬히 응원한다. SNS를 통해 그 사실을 알려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날, 박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오락가락 날씨 때문이다. 그는 "당시 자리를 비우면 의자가 젖을 것 같아서, 아들에게 '그냥 앉아서 버티자'고 했다"며 "둘이 우산을 푹 눌러 쓰고 앉아 있었는데, 나중에 TV 화면에서 '저 분들은 끝까지 버티고 있네요'라는 멘트까지 나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 회장은 1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축하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여운을 이렇게 표현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도 바로 3차전이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은 같하다.

그는 일단 열렬한 두산 팬에게 감사했다.

"14년동안 우승을 한 차례도 못 안겨드렸는데도 변함없이 응원해 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두산은 사랑을 많이 받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의 두산 입사 첫 해인 1982년 OB가 프로 원년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박 회장은 베어스의 4차례 우승을 모두 지켜봤다.


"우리 팀은 한결같은 부분이 있다. 1~2명의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들이 고르게 열심히 하는 팀"이라며 "세월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기 때문에 팀 컬러가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우승보다는 이런 팀 컬러가 유지되는 게 고맙다"고 했다.두산은 지난 시즌 파격적인 행보를 했다. '통 큰 투자'를 했다. FA 자격을 얻은 좌완 선발 투수 장원준을 4년 84억원에 데려왔고, 더스틴 니퍼트와 외국인 역대 최대연봉 150만달러(약 16억원)에 재계약했다. 두 선수는 포스트 시즌에서 최강의 원-투 펀치를 형성하며 두산 우승에 기여했다.

그동안 두산은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처럼 뛰어난 육성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외부 영입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박 회장은 "선수를 꼭 키워야만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시기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결정은 매우 과감하면서도 합리적이었다.

두산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간판타자 김현수가 FA로 풀린다. '김현수 재계약에 어떤 지원을 하겠냐'는 질문에 "내 개인적 감정은 중요치 않다. 프런트에서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다. 나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할 일은 열심히 벌어 가급적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즉, 구단에서 김현수를 잡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구단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확실하다. 박 회장은 "야구를 정말 좋아하지만, 팬의 한 사람일 뿐이다. 야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모른다"며 "전문분야가 아는데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은 팀 경쟁력을 낮추는 일이다. 그 부분은 구단주와 사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내가 계열사 사업계획을 모두 보고 받는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두산 베어스"라며 "매년 목표가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똑같아서 재미가 없다. 안 봐도 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구단운영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진 박 회장이지만, 통 큰 투자를 약속하는 뉘앙스의 말은 계속 나왔다.

박 회장은 야구단의 선수와 직원의 우승 보너스에 대해서도 "김승영 사장이 조만간 '얼마를 달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네'하고 달라는대로 줄 것이다. 구단주와 사장이 상의해 결정하면 나는 그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14년 만에 염원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선수단. 이번 겨울은 모든 면에서 따뜻할 것으로 보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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