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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우승, 새로운 '베어스 왕조' 탄생 신호탄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1-01 11:07


새로운 '베어스 왕조'가 탄생하게 될까.


두산이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을 누르고 종합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 했다. 두산은 1차전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고도 내리 4연승을 거두며 14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우승을 차지한 두산 선수들이 환호하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한국 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몇 번의 '왕조'를 거쳤다. 삼성 라이온즈가 시작이었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 첫 해인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면서 '사자의 시대'가 열렸다. 대투수 출신답게 선 감독은 '지키는 야구'로 삼성을 리그 최강으로 만들었다. 권오준 권 혁 안지만 오승환 등 삼성의 최강 불펜진이 이 시기에 나왔다. 그러나 오래 가진 못했다.

곧바로 2007시즌에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가 떠올랐다. SK도 2007~2008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벌떼 불펜'과 디테일한 작전 야구로 대표되는 김 감독 스타일은 이후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어지며 2000년대 후반 '비룡 시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권세도 2010년대들어 사라져버렸다.

두 차례의 짧은 왕조가 저문 뒤 다시 '사자의 시대'가 열렸다. 이번에는 앞서와 달리 매우 강력한 힘과 지배력을 바탕으로 긴 시간동안 한국 야구를 지배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무후무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명실상부 리그 최강의 팀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코칭스태프의 안정적인 지휘체계, 거기에 구단의 막강한 지원 시스템까지. 다른 팀들이 따라오기 어려웠다. 그렇게 '사자의 시대'는 영원할 듯 했다.

그러나 영원한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015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두산 베어스에 1승4패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시리즈가 열리기 전 '해외 원정 도박 스캔들'의 여파로 투수진의 핵심 전력인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이 엔트리에서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반면 두산은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끈질긴 뚝심을 발휘하며 결국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마치 막강 제국을 상대로 어려운 국지전을 펼친 레지스탕스가 최후의 전투에서 이긴 듯 한 구도였다.

이 반전 우승은 프로야구의 새로운 '정권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인 반란이 아니라 새롭게 권력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두산 전력의 본질에 있다. 두산은 기본적으로 젊고 역동적인 팀이다. 한국시리즈 MVP인 정수빈은 이제 겨우 25세다. 허경민 박건우도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유희관 민병헌도 30세가 안됐다. 장원준은 올해 막 만 30세가 됐다. 팀 주 전력의 대부분이 30대 초반 이하다. 이들이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경험까지 했다. 그 저력이 얼마나 커질 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심지어 감독까지 젊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처음 팀을 맡아 뚝심과 재치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발견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선동열 삼성(2005~2006)' '김성근 SK(2007~2010)' '류중일 삼성(2011~2014)' 등의 '왕조'는 모두 감독들의 '부임 첫 해 우승'으로부터 탄생했다는 점이다. 2005년 삼성 2007년 SK 2011년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 해당 팀의 감독들은 모두 부임 첫 해였다. 그 바통을 김태형 감독이 이어받은 것이다. 이 전통이 새로운 '베어스 왕조'의 탄생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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