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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의혹 결국 삼성의 신화 창조에 재 뿌렸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10-31 17:35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베어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이승엽과 선수들이 2-13으로 패색이 짙어진 8회말 경기를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31/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만해도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5명의 선발에 홀드왕, 세이브왕이 포진한 불펜진. 팀타율 3할2리의 무시무시한 타선까지 갖춘 삼성은 어느 팀이 올라와도 이길 수 있는 전력을 갖췄고, 3주의 여유로운 휴식으로 완전한 몸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1차전서 극적인 역전승을 한 뒤 내리 4번을 지면서 1승4패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두산에 내줬다.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이 4에서 멈췄다.

삼성의 신화 창조가 어긋난 것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나온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이 나오면서부터. 언론보도로 삼성 투수 3명의 해외 원정 도박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경찰에서 2명의 선수에 대해 내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인터넷에는 이미 투수 3명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었다. 선수들은 모두 그런 일이 없다며 도박 의혹을 부정했지만 여론은 점점 나빠졌다. 삼성은 결국 지난 20일 원정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 3명을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엔 다승 3위 윤성환과 홀드왕 안지만, 세이브왕 임창용이 빠져있었다.

그래도 준PO 4경기, PO 5경기를 치른 두산이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정해지면서 삼성의 우승 가능성은 커보였다. 탈삼진왕 차우찬을 마무리로 세우고 선발 3명이 정규시즌처럼 던져주고 최강 타선이 터지면 지친 두산을 누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1차전 0-5로 뒤지다가 9대8로 역전승을 하자 삼성의 우승 DNA가 힘을 내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삼성은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야구 격언은 정확했다. 믿었던 마운드가 두산 타선을 견디지 못하자 삼성은 급격히 무너졌다. 정규시즌 때 쉽게 5이닝 이상을 던졌던 선발이 5이닝을 버티지 못했고, 차우찬을 뺀 다른 불펜 투수들은 모두 부담감에 자신의 피칭을 하지 못했다. 믿었던 타선도 끝내 터지지 않았다. 2차전과 3차전서 1득점에 그치더니 4차전도 3점을 얻는데 그쳤다. 찬스마다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 결정적일 때 수비 실책까지 나오면서 삼성은 자멸하다시피 했다.

한국시리즈 4연패를 하는 동안 여유로운 4선발 체제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던 삼성 류중일 감독은 급기야 3선발 체제로 나섰다. 1차전 선발이었던 피가로가 4차전, 2차전 선발이었던 장원삼이 5차전에 나서며 투혼을 불태웠지만 쉽지 않았다. 사흘 휴식 후 피칭은 역시 쉽지 않았고, 두산의 타선에 무너지고 말았다. 삼성은 4차전에 마무리 차우찬을 5회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1점차 석패를 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꺾였고, 5차전서는 초반 장원삼이 무너지며 두산에게 우승 헹가래를 내주고 말았다.

역사에서도 세계를 제패한 제국이 내부 분열로 멸망하는 것을 봐왔다. 5년간 난공불락의 제국을 만들었던 삼성이 내부의 문제로 무너지고 말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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