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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역적론', 왜 그는 스스로 버리는가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0-29 10:56


삼성과 두산의 2015 KBO 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이 27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1,3루 두산 김현수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10.27/

2010년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당시 잠실 덕아웃에 김현수는 홀로 쓸쓸히 앉아있는 모습이 유난히 많았다.

타격부진에 대해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싸움이었다.

당시 김현수는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9타수 1안타 1할1푼1리. 타격 부진과 함께 '포스트 시즌만 되면 작아진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었다. 당시 22세의 어린 간판타자가 받아들이기는 너무나 큰 짐이었다.

사실 김현수는 큰 경기에 그리 약하지 않다. 그런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그의 말처럼 '임팩트가 너무 센 탓'이 크다.

2009년 준플레이오프(5할3푼8리), 2012년 준플레이오프(4할1푼2리). 2007년 플레이오프(5할). 기복은 있었지만, 예전에도 그리 약하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에서 정예투수가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현수의 잣대로 본다면 대부분의 타자들이 큰 경기에는 약하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최악의 부진이었다. 5차전 9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도 한 몫을 했다. '임팩트가 세다'고 말한 실체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항상 김현수에게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부담이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에서 6푼7리(15타수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그의 마인드는 5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웃었다. 당시에도 "나만 민폐를 끼치지 않으면 된다"는 '민폐론'을 얘기했다. 당시 갑작스러운 4번 타자와 1루수의 중책을 맡은 부담감이 있었다. 그러나 변명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김현수는 반등했다. 7경기에서 27타수 9안타, 3할3푼3리를 기록했다.

올해 김현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핵폭탄'을 언급했다. "우리 팀에 터지느냐, 상대에게 터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역적이 되도 좋다. 그라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좋다"고 했다.

사실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 발 물러서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김현수의 경우에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처절한 부진을 겪어봤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서 자신의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하는 지 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결국 '자신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단기전에서 최적의 마인드라고 판단한 듯 하다. '민폐', '핵폭탄', '역적' 등은 모두 이런 배경에서 나온 말이다.

김현수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강렬한 인상은 아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시점에서 타점을 가동한다. 준 PO와 PO에서 각각 4타점. 한국시리즈에서도 4할, 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4번의 중책을 맡고 있다. 그가 준플레이오프에 상대했던 4번은 박병호. 플레이오프에 상대했던 4번은 에릭 테임즈였다. 김현수가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압도당할 수 있었던 상대였다.

이제 김현수는 포스트 시즌에서 완전히 다르다. 생각 자체가 달라졌다. 충분히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두산의 간판타자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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