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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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잘 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다. 타구가 애매한 위치에 떨어졌다면, 누가 잡아야 하는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 셈이다.
상황은 이랬다. 5-1로 앞선 NC의 공격. 1사 만루에서 등판한 두산 불펜 오현택은 7번 손시헌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자 두산 벤치는 곧장 진야곱으로 교체했고, NC는 지석훈 대신 대타 모창민을 내세웠다. 진야곱은 모창민을 평범한 뜬공으로 유도했다. 2아웃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타구가 유격수와 중견수, 좌익수 사이에 떨어졌다. 누가 잡아야 하는지 단번에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 때 김재호가 콜 플레이를 했다. 뒷걸음치고 있었지만 자신이 잡겠다는 사인을 좌익수 박건우, 중견수 정수빈에게 확실히 보냈다. 하지만 타구에 스핀이 심하게 걸렸다. 생갭다 멀리 날아갔다. 김재호는 몸을 180도 돌려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포구에 실패했다. 3루 주자 테임즈가 홈을 밟으며 6-1. 두산 마운드는 계속된 2사 만루에서도 밀어내기 볼넷, 안타 한 방으로 3점을 더 줬다.
공이 떨어진 위치만 보면 무조건 중견수 정수빈이 잡는 게 옳았다. 뒷걸음질 치는 것보다 앞으로 달려나오던 선수가 포구하기 쉽다. 김재호에겐 어려운 뜬 공, 정수빈 입장에서는 처리하기 쉬운 플라이인 셈이다. 또 하나, 만약 3루 주자가 태그업을 해 홈으로 쇄도할 경우, 이 때도 정수빈이 잡는 게 낫다. 그것이 정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재호의 콜 플레이가 워낙 빨랐다. 정수빈도 사인을 듣고 포구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3차전은 이 장면에서 그대로 NC쪽으로 기울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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