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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스포츠의 정점에 있는 프로 스포츠가 도박으로 흔들리고 있다.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 조작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데 이어, 일부 선수가 KBL로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받았다. 프로농구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흥행에 찬바람이 몰아쳤다. 많은 팬들이 프로농구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도박을 뿌리 뽑을 방법은 없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윤리 의식의 문제이기도 하고, 인성에 연관된 사안이다.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적발도 어렵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 교육을 통해 일정 부분 방지할 수는 있다.
기한부 출전 보류 중인 서울 SK 나이츠 김선형 등 프로농구 선수 11명은 대학 시절의 불법 스포츠 도박이 문제가 됐다.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 교육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소속팀이나 KBL이 터치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구단, KBL이 신인 선수에게 아마 시절 불법 도박 사실의 고지를 의무화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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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그 사무국, 프로 구단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많은 스포츠인들이 고교와 대학 선수들 사이에 불법 도박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학생 선수들이 쉽게, 죄책감없이 불법 도박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농구인은 "고교, 대학 선수 중 절반 정도가 불법 도박을 한다는 말이 있다. 수도권보다 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더 심하다"고 했다.
아마 시절에 불법 도박에 빠진 선수라면, 프로 선수가 된 후에도 유혹에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학원 스포츠에서 불법 도박 방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프로의 뿌리는 아마다.
현재 프로농구계는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다. 사법당국이 필요에 의해 다시 나선다면, 관련 선수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마카오 원정 도박에 삼성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도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프로농구, 프로야구 모두 언제든지 후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차제에 자진 신고 기회를 주고 정상참작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새출발을 위한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스포츠 관련 정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나 사법당국과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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