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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2000년 초반으로 돌아간 게 아니다. 2015년 10월21일 잠실구장 1루쪽 두산 불펜에서 본 것이 확실하다. 두산의 베테랑 홍성흔이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어찌된 일일까.
그런데 운명의 장난같이 위기가 찾아왔다. 최재훈이 4회초 수비 도중 투수 노경은의 공을 블로킹하다 쓰러진 것. 바운드 된 볼이 최재훈의 오른발 안쪽 복숭아뼈 부근을 강타했다. 최재훈은 통증이 심했는지 그라운드에 누워 뒹굴었다. 이 장면을 본 홍성흔이 재빨리 포수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었다. 흰색 두산 유니폼에 마스크를 쓰고, 보호대까지 착용하니 영락없이 젊은 시절 포수 홍성흔의 모습이 재현됐다. 홍성흔은 진지한 표정으로 불펜에서 투수들과의 호흡을 점검했다.
사실 홍성흔은 하루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베테랑의 경험 상, 자신이 백업 포수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려 해도, 2008년 이후 미트를 껴본 적이 없으니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현해 '스티브블래스 증후군(야구 선수가 갑자기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심리적 증후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수 역할을 포기해야 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아픔의 포수 마스크와 미트. 그래도 팀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경기 전 사인도 맞춰보고, 평소 하지 않던 포수 훈련까지 하며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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