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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 포수 홍성흔이 8년 만에 돌아왔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10-21 20:48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8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홍성흔이 5회초 1사후 좌중월 솔로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마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8/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2000년 초반으로 돌아간 게 아니다. 2015년 10월21일 잠실구장 1루쪽 두산 불펜에서 본 것이 확실하다. 두산의 베테랑 홍성흔이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어찌된 일일까.

국가대표까지 거치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로 각광을 받았던 홍성흔. 하지만 지명타자로 본격 전향한 2008 시즌부터 단 한 차례도 포수로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친정팀 두산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포수로서의 추억은 잊고, 리그 최강의 지명타자로 거듭난 그였다.

그랬던 홍성흔이 포수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어린 후배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절대 장난하는 건 아니었다. 팀의 운명이 달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은 2차전 패배 후 땅을 쳐야했다. 1대2 역전패 한 아픔도 있었지만, 주전 포수 양의지를 잃었다. 엄지발가락 미세골절상을 입었다. 백업 포수 최재훈이 있지만, 최재훈도 경기 중 부상을 당한다 가정하면 엔트리에는 마스크를 쓸 사람이 없었다. 대안은 올스타 포수 출신 홍성흔 뿐이었다. 물론,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 홍성흔 포수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들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김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최악의 상황에서 홍성흔이 포수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같이 위기가 찾아왔다. 최재훈이 4회초 수비 도중 투수 노경은의 공을 블로킹하다 쓰러진 것. 바운드 된 볼이 최재훈의 오른발 안쪽 복숭아뼈 부근을 강타했다. 최재훈은 통증이 심했는지 그라운드에 누워 뒹굴었다. 이 장면을 본 홍성흔이 재빨리 포수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었다. 흰색 두산 유니폼에 마스크를 쓰고, 보호대까지 착용하니 영락없이 젊은 시절 포수 홍성흔의 모습이 재현됐다. 홍성흔은 진지한 표정으로 불펜에서 투수들과의 호흡을 점검했다.

사실 홍성흔은 하루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베테랑의 경험 상, 자신이 백업 포수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려 해도, 2008년 이후 미트를 껴본 적이 없으니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현해 '스티브블래스 증후군(야구 선수가 갑자기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심리적 증후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수 역할을 포기해야 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아픔의 포수 마스크와 미트. 그래도 팀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경기 전 사인도 맞춰보고, 평소 하지 않던 포수 훈련까지 하며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홍성흔이 앞장 서자 후배 양의지도 일어섰다. 경기 전 훈련을 전혀 소화하지 못한 양의지이지만, 홍성흔이 몸을 풀자 옆에서 같이 캐치볼을 하며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투지를 보여줬다. 이런 장면들이 단기전 팀을 더 뭉치게 하고,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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