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책임감 없는 인기-연봉, 좋은선배 보고배워야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0-18 10:47


가을야구 복병은 날씨인줄 알았는데 더 치명적인 적이 숨어 있었다. kt장성우와 관련된 SNS글 파문과 삼성의 불법 해외원정도박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한데 옆에서 지켜보던 야구인들은 놀라기는 커녕 '올 것이 왔다'는 담담한 분위기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많았고,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선수들에게서 수도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장성우의 SNS글이 나오자 다른 선수를 겨냥한 비슷한 글이 온라인상에 또 퍼지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 특히 A급 선수들의 연봉은 FA 등의 영향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의 수십 배 이상으로 증가중이다. 인기도 웬만한 연예인이 부럽지 않다. 1년 정도만 주전으로 활약하면 인지도는 급상승한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기와 연봉을 뒤로하고 선수들의 책임감은 요지부동이다.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달성한 삼성 선수단.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수 년간 지속된 선수난. 치열한 승부 다툼속에 선수들과의 관계에서 점점 을로 변하고 있는 구단의 미온적인 처사가 한몫 거들었다. 지방 A구단 운영팀장은 밤이 두렵다고 했다. "음주운전, 각종 사건사고가 있다. 아는 지인을 통해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고 해결한 적이 있다. 때로는 선수를 설득해 피해자와 합의를 주선하기도 했다"고 했다. 수도권 B구단 운영팀장은 "매니저 때부터 새벽에 전화가 걸려오면 덜컥 겁부터 났다. '또 무슨 일이 터졌나' 싶어 안절부절 못할 때가 많다. 선수들 단속은 아무리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C선수가 은퇴 무렵 사무실을 찾자 구단관계자들은 수차례 뒤치다꺼리 했던 일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고 한다. 여친과 차를 타고 가다가 차사고가 나 전 부인과 맞닥뜨리기 직전 직전 막았던 일을 얘기할 때는 낯빛이 달라지기도 했다.


◇경기중 나바로의 홈런에 활짝 웃고 있는 이승엽(왼쪽). 눈을 돌리면 모범이 되는 선배들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구단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숨기고부터 본다. 알려져봐야 좋을 게 없다. 선수들은 구단과 계약을 한 개인사업자지만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만큼은 존재감에 있어 임원급 이상이다. 모기업이 크면 클수록 일탈행동은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일반인들로선 감당할 수 없는 일도 구단이 나서면 척척 해결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정도는 덜하지만 덮으려는 구단, 이를 이용하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둔다. 고교졸업 뒤 곧바로 프로선수가 된다. 지명을 받지 못하면 대학을 가는 구조다. 3년 차에 억대 연봉을 손에 쥘 수도 있다. FA대박을 터뜨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급승용차를 타고 비시즌이면 동료 선후배가 소개한 연예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도 한다. 주위에서 다 이렇게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다. 이 모든 것은 프로야구 위상이 높아지면서 가능했다. 그만큼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은 이런 상관관계보다는 '내가 홈런을 치고', '강속구를 뿌려서'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단순한 인식 구조에 머물러 있는 이도 많다. 고마워할 것은 고마워하고, 감사할 부분은 감사해야 한다. 세상에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는 없다.

SNS파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는 눈이 많아지면서 터지는 사건도 잦아졌다. 선수 비난글에 빠지지 않는 대목은 '이럴 줄 몰랐다. 이런 사람인줄 몰랐다'이다. 선수들의 야구기량은 세상이 알아줄 수준이지만 '좋은 야구선수=좋은 사람'은 아니다. 일부 팬들은 자주 이를 착각한다. 예쁜 여자연예인을 두고 '화장실도 안갈 것 같다'는 얘기를 하지만 단언컨대 그들도 화장실을 간다.

야구선수들은 오히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책무를 쌓기 더 어려운 집단이다. 인격보다는 야구실력에 따라 대우가 확 달라진다. 좁은 집단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기에 사회를 바라보는 좀더 유연한 시각을 키우기 어렵기도 하다. 지난 20년간 '바른 생활 사나이'로 살아온 이승엽이 그래서 더 대단하다. 그를 수십년간 만난 이들조차 "좋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원삼도 알뜰한 생활과 통큰 이웃돕기 활동으로 타의모범이 되는 선수다.

인성은 구단이 선수들을 모아 교육을 한다고 해서 바뀔 일은 아니다. 야구 잘하면 연봉이 대폭 오르고, FA가 되면 팔자 고친다는 사실은 주지 시키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다. 요즘 선수들은 예전에 비해 담배도 덜 피고, 술도 덜 마신다. 어릴 때부터 독하게 연습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돈 맛은 직접 맛봐야 알 수 있다.


프로야구를 좀먹는 행위를 줄이는 일도 간단하다. 구단과 KBO가 좀더 단호하게 나서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은 '다른 선수도 하는데 나만 재수없이 걸렸다'는 오해를 키울 수 있다. 일벌백계만이 불상사를 줄일 수 있다. 또 이런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살얼음판 걷기를 언제까지 해야하나.

삼성은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출을 앞두고 진퇴양난 분위기다. 수사기관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선수의 인권,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언급하지만 리그 5연패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을까. 삼성 선수들의 해외 억대도박 소문은 수개월전부터 퍼졌다. 정보력에 관한 한 삼성은 재계 으뜸이다. 몰랐다고 하면 확인할 길이 없지만 정말 몰랐다면 이 또한 문제다. 선수관리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고민하는 삼성 구단에 쏠린 눈이 많다. 강팀은 승리가 만들지만 진정한 명가는 성적을 넘어 전통과 자부심없인 불가능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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