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감독 성향으로 본 포스트 시즌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0-13 12:06


20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스와 NC 다이노스의 2연전 첫번째 경기가 펼쳐진다. 경기 전 삼성 류중일 감독(왼쪽)과 NC 김경문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8.20

울긋불긋 단풍이 남하하는 속도로 가을야구가 깊어지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시작된 포스트 시즌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로 한 계단씩 올라갈수록 더 뜨겁고 냉정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올해 4강 팀 중 '새 얼굴'은 두산 베어스뿐이다. 페넌트레이스 5연패를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에도 포스트 시즌을 경험했다. 류중일 감독은 정규시즌 5년 연속 주인공이고, 김경문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 지도자다. 염경엽 감독도 취임과 함께 3년 연속으로 히어로즈를 가을야구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신임 사령탑은 김태형 두산 감독뿐이다.

공교롭게도 4강 팀 감독 중 투수 출신은 없다. 류중일 감독(52)과 염경엽 감독(47)은 내야수, 김경문 감독(57)과 김태형 감독(48)은 선수 시절 포수로 뛰었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과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투수 출신인데, 모두 탈락했다.

감독의 역량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지만, 좋은 감독이 팀에 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없다. 대체로 포수 출신 감독은 팀 전체를 보는 눈이 좋고, 투수 출신은 세밀하고, 내야수 출신은 상황 대처 능력이 좋다.

당연히 소속팀이 처한 상황, 성격, 선수 경력 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스타일에 차이가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맞선 염경엽 감독과 김태형 감독은 성향이 조금 다르다. 미디어데이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김태형 감독이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한 반면, 염경엽 감독은 '절실함'을 얘기했다. 매년 우승이 목표인 두산이나 지난 2년간 아쉬움을 삼켰던 염경엽 감독이나 부담이 큰 것 마찬가지인데, 한쪽은 여유가 있었고 다른 한쪽은 진중했다. 최
2015 KBO리그 SK와이번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NC 김경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6,10/
소한 외부에 비쳐진 모습은 그랬다.

널리 알려진대로 염경엽 감독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스마트한 지도자다. 이런 성향은 경기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히어로즈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세밀한 작전이 수반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물론, 상황에 따른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시즌 개막에 앞서 페넌트레이스 전체 일정을 고려한 팀 운영을 계획하는 지도자가 염경엽 감독이다.

한 야구인은 "넥센 경기를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염경엽 감독이기에 가능한 작전이 나온다"고 했다. 팀 상황에 따른 결과겠지만, 과감한 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유의 우직함에 유쾌함이 더해진 베어스. 여기에 최적화한 사령탑이 김태형 감독이 아닐까. 두산은 젊은 팀이면서 홍성흔 등 베테랑 선수들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태형 감독은 이런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도 선수단 장악 능력이 있다. 또 씩씩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두산 야구는 변화가 적은 편이다. 벤치에서 가급적이면 선수를 믿고 맡긴다.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 난타를 당하지 않는다면 5회까지 기회를 줄 때가 많다.

한 현역 지도자는 "선수 시절에 김태형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주도적으로 투수를 리드하는 포수였다. 이런 성향이 감독이 된 후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벤치의 역동성 부족을 말하기도 한다.

김경문 감독은 오랫동안 카리스마가 강한 지도자로 알려졌는데, 베테랑 선수들과 비교적 활발하게 소통을 한다. 시즌 중에 만난 김경문 감독은 "세월이 흐르니까 나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미디어데이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넥센 조상우에 대해 '아직 어린데 너무 많이 던지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견제를 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09/
그는 작은 일에 흔들리는 법이 없다. 느슨한 플레이를 용납하지 않지만, 길게 보고 선이 굵은 야구를 풀어낸다. 젊은 선수들에게 엄하지만, 베테랑을 존중한다. 에릭 해커, 에릭 테임즈같은 특급 외국인 선수에 베테랑 이호준, 주축 타자 나성범 등 최고의 선수들이 많은데도 잡음이 나온 적이 없다. 시즌 중후반 테임즈가 '40홈런-40도루'에 의욕을 보이자 "부상 위험이 있다면 '40-40'이 필요없다"고 일갈했던 김경문 감독이다.

조성환 KBS N 해설위원은 "이 시대가 원하는 감독상인 것 같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에서 선수를 시작해 코치를 거쳐 사령탑에 올랐다. 삼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성향과 특성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지켜본다.

삼성 야구에는 조급함이 보이지 않는다. 투수 교체 타이밍인 것 같은데도 선수가 위기를 헤쳐나가도록 기다려줄 때가 많다. 선수가 좋아 가능할 수도 있고, 감독의 성향이 만들어낸 장면일 수도 있다.

한 야구인은 "아무리 전력이 좋다고 해도 감독이라면 누구나 경기를 만들어가고 싶어한다.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게 유능한 감독의 덕목이다"고 했다. 구단 관계자는 류중일 감독이 밖에 비쳐진 소탈하고 넉넉한 이미지와 달리, 끊임없이 고민하는 지도자라고 했다.

감독마다 다른 이런 특성이 가을야구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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