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두산 베어스의 불펜은 허약해보였다.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두산의 최대 약점은 불펜이라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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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3대2로 승리한 후 두산 이현승이 양의지와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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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하자 예상이 빗나갔다. 두산 불펜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 1, 2차전에서 두산 불펜은 총 6이닝 동안 1점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1.5로 대단히 훌륭했다. 2경기 연속 1점차 승리의 원동력은 바로 탄탄한 불펜이었다.
올시즌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평균자책점이 5.02로 전제 7위에 불과했다.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 중에서 가장 나쁜 수치다. 그런데 이를 선발과 불펜으로 또 나눠보면 그 안에서도 격차가 벌어진다. 두산의 선발진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평균자책점 4.78에 52승(40패)을 따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리그 전체에서 4위에 해당한다.
반면 불펜은 매우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5.41이나 됐다. 이는 10개 구단 불펜진 중에서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롯데 자이언츠가 5.43으로 가장 저조한 불펜진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두산과 0.02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사실상 두산 불펜이 리그 최악이었다는 걸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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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노경은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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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나온 염 감독의 발언도 이런 분석에서 출발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오죽하면 두산 김태형 감독도 이런 의견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 감독은 약한 불펜에 대해 좌절하기 보다는 그걸 어떻게 해서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나왔다. 외국인 투수 스와잭을 불펜으로 돌리고, 기존의 필승조인 함덕주와 이현승을 적극 활용했다. 여기에 노경은을 2차전에서 뚝심있게 1이닝 동안 끌고 가는 모습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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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함덕주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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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내내 골칫거리였던 두산 불펜은 가장 힘을 내야할 시기에는 제 몫을 다했다. 김 감독의 뚝심있는 기용법으로 활용된 불펜 투수들은 2경기에서 대단히 안정적으로 경기 후반을 지켜냈다. 이현승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 모두 나와 총 2이닝 동안 32개의 공만 던지면서 볼넷 1개만 내줬다. 안타는 맞지 않았다.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함덕주는 1차전에서는 1점을 내줬지만, 2차전에서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이 활약이 경기 후반 두산에 큰 힘이 됐다. 실전에서 나타난 두산 불펜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 이런 변화가 두산을 오랫동안 가을잔치에 남아있게 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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