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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관정평] 1승 놓친 넥센, '추남' 박병호 얻었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0-11 02:40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서 넥센 박병호가 좌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최만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0.

야구엔 100%가 없다. 수많은 경우의 수, 가정, 환희와 아쉬움이 응축돼 있다. '독한 관전평'은 승리팀이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채워야할 부분을 들여다 본다. '착한 관전평'은 진 팀의 아쉬움 속 진한 여운을 헤아린다. 가을 잔치에 초대된 팀들은 한 시즌 칭찬받아 마땅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들의 진한 땀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편집자 주>

쭉쭉 뻗어가는 홈런 타구를 보며 당신은 무엇을 느꼈는가.

KBO리그 최고의 거포 박병호의 방망이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초반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지만 1-0으로 앞선 6회 솔로 아치를 그렸다. 2-2로 맞선 8회에도 희생 플라이로 타점 한 개를 추가했다. 이처럼 박병호의 존재감은 '가을'에도 상당했다. 홈 구장 목동이 아닌, 잠실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박병호는 올 포스트시즌에 앞서 "상황에 맞는 스윙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2년 간 가을 야구를 하며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해 스스로 무너진 적이 꽤 됐다"며 "이제는 무조건 치려고 달려들지 않을 것이다. 팀이 원하는 스윙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정규시즌과 달리 참아야 할 때는 참아야 한다"며 "내가 무조건 방망이를 휘둘러 결과를 내기보다는 후속 타자에게 찬스를 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들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타점이 필요한 순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고 반대로 출루가 필요할 때는 최대한 참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선 이날 선두 타자로 나선 2회와 4회 스트라이크를 하나 지켜본 뒤 타격을 했다. 결과는 각각 볼넷,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이번 시리즈에 임하는 그의 남다른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1-0으로 앞선 6회. 좌중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볼카운트 1B에서 두산 선발 니퍼트의 2구째 149㎞ 직구가 높게 형성되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려 130m짜리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박병호는 가을야구 데뷔전인 2년 전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후 니퍼트를 상대로 결정적인 동점포를 폭발했다. 팀은 연장 접전 끝에 패했지만, 상대는 에이스를 마무리로 투입하고도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결국 박병호는 박병호다. 박병호가 '감'을 찾았다면 그를 막을 수 있는 투수는 사실상 아시아권에 없다. 아울러 박병호가 살아난 넥센은 앞뒤 타선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김민성 유한준 윤석민의 방망이는 조만간 폭발할 수밖에 없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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