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 라이온즈가 외국인 타자로 야마이코 나바로를 뽑았을 때 그가 이렇게 많은 홈런을 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를 뽑은 삼성마저도 놀랄만한 홈런 수다.
0-2로 뒤진 6회초 선두 박해민이 기습번트 2루타로 출루한 뒤 나석에 선 나바로는 상대 왼손 투수 홍성용과 상대해 볼카운트 2B에서 3구째 가운데로 온 124㎞의 체인지업을 그대로 걷어올렸고, 타구는 외야 한 가운데에 있는 스포츠펍을 때렸다. "직구가 왔고 좋은 스윙이 이뤄졌다. 외국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워 기쁘다"고 한 나바로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나바로는 지난 2006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내야수로 입단했고 2010년 메이저리그에 올랐고 이후 캔자스시티, 피츠버그, 볼티모어 등으로 옮겨다녔다.
뚜껑을 열자 나바로는 그야말로 복덩이였다. 마땅한 인물이 없었던 1번 타자 자리에서 맹활약하며 공격형 1번 타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 타율 3할8리에 31홈런, 98타점, 118득점,
25도루를 기록하며 삼성의 정규리그 4연패에 보탬이 됐고, 한국시리즈서는 4홈런에 10타점을 올려 MVP까지 올랐다.
올시즌은 초반 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4월까지 26경기서 타율이 겨우 2할2푼4리. 대신 홈런을 11개나 쳤다. 너무나 힘차게 돌리는 스윙에 "홈런만 치려고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출루율이 떨어지자 류중일 감독은 나바로에게 3번타자를 맡겼고, 서서히 나바로는 제자리를 찾았다. 타율이 조금식 올랐고, 홈런이 꾸준히 나왔다.
시즌 막판 엄청난 괴력을 보였다. 23일까지 9월에 치른 19경기서 타율 3할5푼8리에 9홈런을 기록한 것. 그리고 24일 투런포로 역대 외국인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타점도 132타점으로 2위다.
류 감독은 지난해 나바로를 영입했을 때 "외국인 타자는 타율 3할에 20홈런, 80타점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했다. 나바로의 지금 활약은 류 감독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예전 두산의 타이론 우즈처럼 한국 야구에 적합한 외국인 타자가 따로 있다. 이젠 한국형 외국인 타자의 대표적인 예로 나바로가 꼽힐 것 같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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