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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던 KIA 타이거즈 주장 이범호(34)에게 팀 분위기를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다수 야구인들이 KIA를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했는데, 그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히 처지는 전력이지만 주위의 저평가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개막을 즈음해 타이거즈를 5위 전력으로 평가했다면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캡틴' 이범호는 KIA 야구가 재미있고, 즐겁다고 했다. 중압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피로가 쌓일대로 쌓인 시즌 말미인데도 그랬다.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범호는 개인 기록이 좋아서가 아니라, 달라진 팀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 좋다고 했다.
"당연히 피곤하고, 우리 팀이 불리한 점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봐라. 우리는 최근 몇 년간 포스트 시즌과 인연이 없었다. 남은 몇 경기를 집중해서 잘 하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이 시기만 되고 팀 분위기가 안 좋고, 팀 전체가 어수선했다. 올해는 이전과 많이 다르다. 팀 전체에 어떻게 해서든지 집중해 이겨야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이런 분위기가 좋고, 이런 마음으로 야구를 하는 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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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는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멤버도 중요하지만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적극성이 떨어지는 잘 하는 선수보다, 실력이 부족해도 어떻게 해서든지 출루하겠다고 달려드는 선수가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범호는 "우리 팀은 주자를 모아놔야 잘 할 수 있는 팀이다. 중심 타자 앞에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다들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모여 필의 끝내기 안타가 나올 수 있었고, 극적인 역전승이 가능했던 것이다"고 했다.
올해 참 많은 선수가 1군을 경험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2015년 타이거즈는 기회의 팀이었다. 주축 멤버가 약했기 때문이었지만, 전력 저변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회이기도 했다.
"감독님이 어떤 선수가 좋은지 전부 테스트를 하면서 출전을 결정하고 시즌을 끌어 왔다. 후배들에게 이런 점이 큰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와 닿는 게 많은 시즌이다."
이범호는 경험이 많지 않은 후배들의 타격 부진을 질타 대신 이해의 눈길로 봐달라고 했다. 1~3년차 선수로서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시작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시즌 KIA는 넘어질 듯 하다가도 언제그랬냐는 듯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화끈하게 치고나가지는 못해도 맥없이 무너지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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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이 시점에서 재계약 여부를 거론한다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범호는 "시즌이 끝나고 때가 되면 계약을 해야할 시기가 올 것이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김기태 감독님, 팀 동료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에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30홈런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30홈런. 기회가 왔을 때 해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물론 이범호의 홈런과 팀 성적은 맞물려 갈 것이다. 그가 30홈런을 때리면 그만큼 KIA도 가을야구에 더 가까이 가 있을 것이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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