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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 완벽한 멘탈, 커리어 하이의 원동력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9-21 06:11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말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현수가 6회 무사 1, 3루에서 한화 정대훈을 상대로 시즌 24호 3점 홈런을 날렸다. 타구를 바라보고 있는 김현수.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20

"경기 수가 늘었으니까요."

두산 김현수는 항상 담담하다. 이젠 개인 기록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야구는 단체 종목이면서 개인 종목이다. 그라운드에는 9명이 들어서지만, 마운드와 타석에서는 '개인 사업자'가 된다. 팀 고과가 포함되긴 하지만, 연봉은 실제 타석과 마운드에서 어떻게 치고, 던지느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 야구 선수들은 항상 그렇게 얘기한다. "개인 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 팀에만 충실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이는 거짓말'이다. 개인기록에 신경쓰지 않을 리 없다. 팀과 개인의 성적을 얼마나 균형있게 고려하느냐, 어떤 행동을 하느냐의 차이다. 신예와 베테랑을 가르는, 성숙과 미성숙의 분기점의 기준이 된다.

그런 면에서 김현수는 완벽하다. 그는 실제 말 뿐만 아니라 행동도 개인기록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김현수는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이미 한 시즌 개인 최다타점을 돌파했다. 2009년 세웠던 자신의 104타점을 넘어섰다.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3회 좌익수 희생플라이, 6회 스리런 홈런으로 4타점을 추가했다.


홈런 역시 최다타이다. 2010년 24개의 한 시즌 최다홈런에 벌써 도달했다.

그는 20일 '올 시즌 커리어 하이'에 대해 묻자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경기 수가 늘었다"고 했다.

올 시즌 144경기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33경기와 132경기였다. 경기 수가 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홈런과 타점이 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두산은 아직 15경기가 남아있다. 129경기 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김현수의 홈런, 타점 페이스가 그만큼 좋다.

김현수는 "올 시즌 성적이 괜찮은 것은 그동안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어렵게 말했다.

타고난 스윙 메커니즘을 가진 김현수지만, 노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스윙 폼을 송두리채 바꾸기도 했고, 부진도 있었다. 2012년에는 데뷔 이후(2006년) 처음으로 3할 타율(2할9푼1리)을 밑돌았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타격폼을 만들어냈다. '강한 타구가 안타를 만들어낸다'는 원칙 속에서 스윙폼을 진화시켰다. 컨택트와 장타력의 접점을 찾았고, 지난해보다 올 시즌이 더욱 위력적으로 변했다.

최근 그의 홈런 방향은 부챗살 모양이다. 좌타자인 그가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홈런타구를 많이 만들어낸다. 의도적인 당겨치기와 밀어치기없이 안정적인 장타를 양산하고 있다.

타이밍이 조금 빠르면 당겨치는 형태의 우측 홈런, 조금 늦으면 좌측 홈런이 나온다. 타이밍이 조금 늦어도 파워와 좋은 스윙폼으로 이겨낸다는 의미.

한화 김성근 감독은 김현수에 대해 "데뷔 초기에 김현수의 타구 방향이 부챗살이었다. 그러다가 타격 준비 동작에서 오른 다리를 드는 타이밍이 좋지 않아 바깥쪽에 약점이 생겼다. 이 부분을 지적해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약점을 극복한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의 예를 들면서 "이승엽이 좌중간으로 타구가 가면 컨디션이 좋다는 의미였다. 예전 우타자인 이만수의 경우에는 우중간으로 타구가 갔을 때 홈런 양산 확률이 높았다. 즉, 타격 밸런스 자체가 이상적인 형태였다"며 "김현수는 19일 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이 모두 좌측이었다. 그만큼 타격이 안정적으로 안착됐다"고 평가했다.

김현수는 올 시즌 포지션 변경이 많다. 주로 좌익수로 나서지만, 상황에 따라 1루수로 수비 위치가 변경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즌 초반 3번을 치다가 최근 4번에 포진돼 있다. 하지만,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적응력과 정신력이 워낙 좋은 선수"라고 했다. 김현수의 커리어 하이 시즌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좋은 스윙폼과 타고난 자질은 그 이후의 문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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