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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위원이 본 20승, 얼마나 어려운 기록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9-17 11:12


두산 유희관이 16일 잠실 롯데전에서 5회초 위기를 맞자 한용덕 투수코치가 올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유희관은 5⅓이닝 동안 올시즌 최다인 7점을 허용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욕심일까, 단순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때문일까.

올시즌 큰 기대가 모아졌던 20승 투수를 어쩌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20승 고지를 향해 오르던 두 에이스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두산 베어스 유희관과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가 최근 등판서 최악의 피칭을 하며 20승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20승은 프로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 박철순부터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 밴헤켄까지 12명의 투수만이 그 영광을 만끽했을 뿐, 투수들에게는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불가능한 꿈'이다. LA 다저스 류현진도 한화 이글스 시절 20승은 해보지 못했고, 통산 최다인 210승을 올린 송진우(KBS N 스포츠 해설위원)도 프로 21년 동안 20승 시즌은 없었다.

20승은 실력 말고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 자기관리와 동료들의 도움, 그리고 운까지 따라줘야 가능한 기록이다. 게다가 기록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평소의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송 위원은 20승의 의미에 대해 "20승은 투수들의 로망이다. 나도 20승은 못 해봤는데, 19승(1992년)할 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신경이 쓰였다기보다는 달성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심장이 뛰었던 것 같다"면서 "유희관이나 해커처럼 실력이 있고 성적이 좋으면 도전해볼만한 기록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희관과 해커는 최근 각각 18승에 도전했지만 낭패를 보고 말았다. 유희관은 지난 16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올시즌 최다인 7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5⅓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9안타를 맞고 볼넷 2개를 내줬다. 집중타를 맞는 모습이 평소 유희관답지 않았다. 정교한 컨트롤과 다양한 구속과 구종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던 유희관은 이날 작정하고 덤벼든 롯데 타자들에게 혼쭐이 났다. 5회 4실점, 6회 2실점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격앙된 얼굴빛을 보이기도 했다. 9월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롯데 타자들의 집중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지난 1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7이닝 6안타 2실점의 호투를 하고도 불펜진 난조로 승리를 놓쳤던 유희관은 이날은 스스로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유희관은 앞으로 최대 3경기에 선발로 나설 수 있는데 모두 승리를 챙겨야 20승을 채울 수 있다.


NC 해커는 지난 13일 SK전에서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0실점을 하며 난조를 보였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해커는 지난 13일 창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무려 10실점을 했다. 5⅓이닝 동안 3개의 홈런을 포함해 11개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해커가 한 경기서 3개의 홈런을 내준 것은 2013년 국내 데뷔 이후 처음이며, 두 자릿수 피안타도 2013년 8월 29일 창원 두산전(7이닝 10안타 5실점 패) 이후 2년 여만이다. 10실점 역시 자신의 한 경기 최다기록.

올시즌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28경기에 선발등판해 전체 투수중 가장 많은 22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올린 해커는 이날 SK전 '참사' 때문에 어렵게 만들어놓은 2점대 평균자책점도 3.23으로 악화됐다. 또 올시즌 5실점 이상 기록한 4경기 가운데 2번을 9월 들어 기록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지난 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3이닝 7안타 7실점으로 패전을 안았었다. 그리고 지난 8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완투승으로 시즌 17승을 올렸던 해커는 5일만의 등판서는 난조를 보이고 말았다.


해커는 안정된 제구력과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이는 에이스다. 좀처럼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며 타자들에게 집중하던 해커도 가끔은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이 높거나 가운데로 몰리고, '투구 습관(일명 쿠세)'이 드러난다는 분석도 있다. 해커 역시 국내 무대 3년째, 팀의 에이스로서 다승왕에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해커는 오는 20일 넥센전을 포함해 앞으로 3경기에 선발등판할 수 있다. 유희관과 마찬가지로 20승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송 위원은 "선발투수가 한 시즌에 30경기 정도 나가는데 좋은 컨디션으로 등판하는 것은 5~6번 밖에 안된다. 반대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는 경우도 3~4번은 된다. 결국 나머지 경기서는 자신의 멘탈과 능력, 타선의 도움으로 승패를 기록하는 것인데, 시즌 마지막에 어느 정도 (승수에 대한)부담은 있다"고 했다. 유희관과 해커가 표현하지는 않아도 마음 속에 20승이란 목표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송 위원은 두 선수의 20승 가능성에 대해 "해커도 그렇고 어제 유희관도 실패해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유희관의 경우 지금까지 성적만으로도 팀에서 바라던 이상의 것을 해줬다. 만일 20승을 한다면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느린 공을 가진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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