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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타선의 '중심' 4번자리가 가장 불안했던 팀은 SK 와이번스다.
정의윤은 다음 경기인 2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3타수 1안타를 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틀 뒤인 30일 KIA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정의윤은 3회초 사이드암스로 김병현을 상대로 좌월 3점홈런을 치며 이적 후 첫 아치를 그렸다. 김용희 감독이 정의윤을 4번타자로 결정하게 된 경기였다. 그만큼 SK는 4번자리가 불안했다.
결국 정의윤은 8월 들어 4번타자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14일부터 27일까지 12경기 연속 4번으로 나선 정의윤은 박정권과 브라운에게 자리를 잠시 내준 뒤 9월 3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12일 NC 다이노스전까지 9경기 연속 4번타자로 출전중이다.
정의윤이 중심을 잡으면서 SK의 득점력도 높아진 게 사실이다. 정의윤의 등장을 놓고 김용희 감독은 "지금은 정의윤만큼 칠 만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정의윤은 4번 타순에서 타율 2할9푼, 6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9경기 연속 4번타자로 나가 타율 3할8푼2리, 3홈런, 7타점을 올렸다.
SK로 오기 전 정의윤은 LG에서 3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8리, 7타점을 올렸다. 선발출전이 불규칙했고, 대타로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출전 기회가 불규칙했던 선수가 주전을 잡은 뒤 확 달라지는 이유는 역시 자신감이다. 절실함에 자신감이 녹아들면 야구에 눈을 뜨는 경우가 많다. 김병현의 141㎞짜리 한복판 직구를 받아쳐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린 게 정의윤의 운명을 바꿔 놓았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SK로의 트레이드를 굳이 행운이라 할 필요도 없다.
올시즌 지금까지 SK에 이만한 4번타자는 없었다. 브라운은 26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4번타자로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이재원과 박정권은 4번 타순만 들어가면 부담 때문인지 감을 잃었다. SK가 좀더 일찍 '정의윤'을 찾았다면 지금처럼 어려운 처지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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