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훌쩍 자란 막내 KT는 매일 달라진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8-27 10:34


2015 KBO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박경수가 5회말 2사 1루에서 좌월 투런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23/

엊그제 걸음마를 뗀 것 같은데, 눈을 비비고 봐야할 정도로 몰라보게 자랐다.

KBO리그 10구단 시대를 연 '막내' kt 위즈. 전반기 중반까지 걱정이 많았다. 승률 3할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시즌 100패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프로야구 전체로 보면 10구단 시대가 환영할 일이지만, 리그 전체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우려가 있었다. KBO리그 흥행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럴만도 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액을 투입한 것도 아니고, 대형 FA(자유계약선수)를 잡은 것도 아니었다.

3~4월에 치른 22경기에서 3승19패, 승률 1할3푼6리. 나머지 9개 팀의 승수쌓기 제물 신세였다. KBO리그 전체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민폐 구단' 취급을 받았다. 참담한 성적을 받아든 조?謀 감독은 "시즌을 마칠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5월에 들어서도 제자리를 맴돌았다. 5월에 열린 27경기에서 7승20패, 승률 2할5푼9리에 그쳤다. 도무지 앞이 안 보였다. 시즌 100패가 현실화되는 듯 했다.

그런데 6월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격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한 포지션을 채우고, 외국인 투수 대신 타자 댄 블랙을 영입해 힘을 키웠다. 무엇보다 선수단의 틀이 갖춰지기 시작한 게 고무적이었다. 조범현 감독의 표현대로 '여러 구단 선수들이 모여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가 정리되면서 자리를 잡아갔다. '오합지졸'에 어리숙했던 kt에 프로 색깔이 입혀졌다.

조범현 감독은 "시즌 시작전부터 팀 플레이, 팀 분위기를 걱정했는데, 생갭다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신생팀은 객관적인 전력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팀으로 뭉쳐야 한다. 선수 개인보다 팀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분위기를 잡아갈 중심 선수가 있어야 한다. 초반에 시행착오
2015 KBO리그 kt위즈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9회말 2사 만루에서 오정복이 끝내기 볼넷으로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19/
가 있었으나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6월에 11승12패, 승률 4할7푼8리를 기록한 위즈는 7월에 8승10패, 승률 4할4푼4리를 찍었다. 여전히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두달 연속으로 월간 승률 8위에 올랐다.

후반기에 접어들어 위즈의 마법은 더 위력을 발휘했다. 8월에 열린 21경기에서 10승11패, 승률 4할7푼6리. 26일 넥센 히어로즈에 패해 5할 승률이 깨졌지만, 8월 승률만 놓고 보면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에 이어 5위다.


막강 타선이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8월 팀 타율 3할6리, 팀 홈런 31개, 장타율 4할8푼1리. 타율은 3위이고, 홈런과 장타율은 2위다. 여전히 마운드가 불안해 어려움이 있지만, 공격력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타선의 집중력이 좋아지면서 경기 후반 역전승이 늘었다.

지난 19일 히어로즈전에서 kt는 2-9로 뒤지다가 8회 2점, 9회 6점을 내고 10대9로 이겼다. 상대 불펜 필승조 한현희 손승락을 무너트리고 거짓말같은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상대가 히어로즈이고, 마무리 손승락이었기에 더 의미가 컸다.

26일 현재 39승75패, 승률 3할4푼2리. 최하위가 확정적이지만 시즌 100패 우려는 사라진 지 오래다. 만만찮은 전력으로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주 히어로즈가 2연패를 당하며 매운 맛을 봤다.

흥행 또한 첫 해부터 성공적이다. 23일 두산전까지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60경기에 관중 52만1091명을 끌어모았다. 올시즌 7번째로 누적관중 50만명을 넘었다. 원정팀 관중이 홈관중을 압도할 때도 있지만, 홈팬이 크게 늘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많은 야구팬들이 화끈한 위즈의 공격야구에 환호하고 있다.


8월 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kt가 12회 연장 접전 끝에 롯데에 10대9로 승리했다. 12회말 2사 2루에서 끝내기안타를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kt 김상현.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8.02
조범현 감독은 "투수력이 안정적이지 못해 여전히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긍정적인 면이 많다. 조범현 감독은 팀 분위기를 잡아가는 데 박경수(31)와 임시주장 이대형(32), 이적생 오정복(29)이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신생팀은 프로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가 많고 주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집중도가 떨어질 수가 있고,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경수 이대형 오정복이 팀의 리더, 분위기 메이커로서 '완성체 위즈'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범현 감독은 "고참급인 이 세 선수가 책임감을 갖고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물론, 세 선수 모두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박경수는 지난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LG에서 위즈로 이적했다. 사실 대형 계약이 아니었기에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재 kt의 핵심 전력이면서,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박경수는 "우리같은 신생팀은 하루라도 빨리 우리만의 팀 컬러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도 중요하지만, 그래야 내년을 기대할 수 있다. 후배들과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지적할 일이 있으면 따끔하게 혼을 낸다"고 했다.

3월 말 개막한 시즌이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막내 kt가 첫해에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연착륙을 했다는 평가다. 조범현 감독은 "시즌 끝까지 마무리를 좋게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분위기로 마쳐야 좋은 분위기에서 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위즈의 시즌 종료는 바로 다음 시즌 시작을 의미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kt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kt 위즈 월별 성적

월=승패=승률

3~4월=3승19패=1할3푼6리.

5월=7승20패=2할5푼9리

6월=11승12패=4할7푼8

7월=8승10패=4할4푼4리

8월=10승11패=4할7푼6리.

※8월 26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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