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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최영필 "나는 지금도 스피드업을 꿈꾼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8-20 09:04


KIA최영필(41)은 국내 최고령 투수를 넘어 최고령 선수가 됐다. 최근 동기인 삼성 진갑용이 현역 은퇴를 했다. LG 이병규(9번)도 동기지만 생일은 최영필이 빠르다. 이대진 KIA 투수코치도 동기다.

지난해 최영필은 KIA에서 쇼킹한 성적을 거뒀다. 불혹의 나이에 4승2패14홀드 평균자책점 3.19. 뒤늦게 팀에 합류해 불펜의 기둥이 됐다. 올해도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4승2패7홀드 평균자책점 3.30, 45경기에서 46⅓이닝을 소화했다.

삼복더위를 막 지난 지난 19일 최영필에게 '힘들지 않나'라고 물었다. 최영필은 "올해 45경기 밖에 던지지 않았다. 힘든 것은 없다. 오히려 김기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등판 일정이나 휴식기간 등을 충분히 보장해 주셨다. 한여름에도 볼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았다. 구위좋은 투수들이 팀내에 많아 대기가 잦다(웃음)"고 했다.

최영필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중이다. 지난 7일 kt전에서는 구원승도 따냈다. 최영필은 잘 알려진대로 방출, 일본 독립리그 활약 등 산전수전을 다겪은 베테랑이다. 매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절심함으로 경기에 임한다.


◇KIA 최영필이 올시즌에도 당당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7일 목동 넥센전에서 7회말 2사 넥센 윤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뒤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최영필.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07/
최영필에게 나이는 부담이자 자산이다.

"나이가 참 무섭다. 있는 힘을 다해 던져도 '언제 은퇴하냐'라는 말을 너무 쉽게 듣는다. 사실 그런 나이가 됐다. 동기인 (진)갑용이가 최근 은퇴를 했다. 마음이 묘했다. 참 영리하게 야구 잘한 친구다. 난 프로에서 갑용이처럼 정상에 서 본적이 없다. 하지만 스타들로만 팀이 굴러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쓰임새가 있다고 본다. 은퇴? 간단하다. 마운드에서 한명의 타자도 잡지못할 때 그때는 미련없이 접을 것이다."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현역으로 뛰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일본 독립리그는 연봉없이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했다. 그래도 기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넉달간 죽어라 던졌다. 그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요즘도 최영필은 KIA투수조에서 손에 꼽히는 러닝량을 보여준다. 하체와 지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피칭밸런스를 잡을 수 없다. 최영필은 "나는 아직도 스피드업을 꿈꾼다. 지난해 최고 146㎞까지 찍어봤다.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스피드업을 꿈꾸며 몸을 단련했지만 생각만큼 스피드가 오르지 않는다. 140㎞대 초반을 겨우 찍는다. (임)창용(39, 삼성)이는 진짜 대단하다. 그 나이에 150㎞를 마구 뿌린다. 재능 너머 쏟았을 땀이 눈에 훤하다"며 "올해 봄에 후배들과 약속한 것이 있다. 마운드에 오르면 무조건 직구 위주로 승부하겠다고 했다. 영업비밀이지만 세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약속을 지켰다. 우리팀엔 놀랄만한 구위를 지닌 후배들이 많다. 자신의 볼에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고 자주 말해준다.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최영필은 외모와는 달리 마운드에선 싸움닭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피안타율이 0.316이지만 주자있는 상황에서는 0.231로 뚝 떨어진다. 중심타자(3~5번) 피안타율은 0.250으로 하위타선(6~9번) 피안타율 0.285보다 오히려 좋다. 집중해야 할 때는 더 힘을 쏟는다.

아들 종현군은 올해 대학을 들어갔다. 지난해 프로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18년 가까이 프로에서 활약한 최영필의 얼굴을 봐서 하위 순위로 지명을 하겠다는 팀도 있었지만 아버지는 냉정했다. 최영필은 "부족한 부분을 잘 채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아들과 진지하게 상의했다. 아들은 아들대로, 나는 나대로 열심히 야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올해 이뤄질 지도 몰랐던 부자 대결이 4년후로 미뤄졌는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최영필이 현역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최영필은 손사래 친다. "이 나이에 당장 내일을 모르는데 내년, 후내년을 어떻게 장담하나.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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