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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박병호는 '난공불락' 이승엽의 56홈런을 넘어설 수 있을까.
박병호도 과연 12년전 이승엽이 연출한 장면을 재현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그의 홈런 페이스에 달려 있다. 박병호의 홈런 생산 속도는 후반기 들어 더욱 높아진 느낌이다. 7월 20경기에서 10개의 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8월 들어 불과 15경기에서 9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꾸준하게 몰아치는 능력, 현역 타자중 최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8월 4~5일 2경기 연속에 이어 9~12일 4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15일과 17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또다시 연속경기 홈런을 때렸다. 3~4월 6개, 5월 9개, 6월 9개의 홈런을 각각 날린 박병호의 방망이가 여름 들어 더욱 무섭게 변신한 셈이다.
2003년 이승엽은 어땠을까. 올해 박병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그해 4월 6홈런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승엽은 5월에는 15개의 홈런을 때리며 월간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6월에도 14개의 아치를 그리며 페이스를 이어갔고, 7월에는 14경기에서 6개를 때려냈다. 그러나 이승엽은 8월 시작과 함께 11경기 연속 침묵했다. 체력적, 심리적 부담과 상대팀의 강력한 견제가 작용했다. 그러나 8월 14일 홈런포를 재가동한 이승엽은 9월 10일까지 22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시즌 53호째를 기록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 시즌 최다 기록에 1개, 아시아 최다 기록에 2개를 남겨놓은 상황. 이승엽은 또다시 부진했다. 그가 54홈런을 때린 것은 9경기만인 9월 21일 대구 LG 트윈스전이었다. 그리고 나흘 뒤인 25일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 김진우를 상대로 55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당시 시즌 남은 경기는 6경기. 아시아 최다기록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자기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는 박병호도 기록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승엽은 2003년 43호 홈런을 8월 19일 시즌 97번째 경기였던 대구 SK 와이번스전에서 기록했다. 같은 홈런수에 따른 경기수를 비교하면 올시즌 박병호가 11게임을 더 치렀다. 올해 페넌트레이스는 2003년 133경기보다 11경기가 많은 144경기다.
1961년 로저 매리스가 61홈런을 때렸을 때 베이브 루스 지지파들은 "지금은 162경기이고, 1927년은 154경기 시대였다"며 기록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한동안 매리스와 루스의 기록을 경기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각각 한시즌 최다 기록으로 삼았다. 그러나 '162경기든 154경기든 똑같은 한시즌'이라는 정서가 지배하면서 매리스의 61홈런은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70홈런을 때릴 때까지 한 시즌 최다 기록으로 군림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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