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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로 비교해본 박병호와 2003년 이승엽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8-19 10:49


지난 2003년 삼성 이승엽은 97번째 경기에서 43홈런을 기록했고, 올해 박병호는 108경기에서 43홈런을 쳤다. 과연 박병호가 12년만에 한시즌 최다홈런을 경신할 수 있을까. 스포츠조선 DB

과연 박병호는 '난공불락' 이승엽의 56홈런을 넘어설 수 있을까.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18일 현재 43홈런을 기록중이다. 팀이 치른 108경기에서 43개를 친 페이스를 144경기에 대입하면 57.3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즉 산술적으로는 57개 정도의 홈런을 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박병호가 2003년 이승엽 이후 12년만에 한시즌 최다 기록을 경신한다면 향후 '전설'로 남게 될 것이고 홈런 역사도 그만큼 풍성해진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은 2003년 시즌 마지막 133번째 경기에서 극적으로 56홈런을 때려냈다. 당시 한시즌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은 일본의 왕정치와 타피 로즈, 알렉스 카브레라 등 3명이 갖고 있던 55개였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그해 후반기 들어서도 끊임없이 홈런포를 쏘아올리자 팬들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신기록까지 세워지기를 기대하며 잠자리채를 들고 삼성 경기를 지켜봤다. '잠자리채' 열풍은 이승엽만이 연출해 낸 풍속도였다.

박병호도 과연 12년전 이승엽이 연출한 장면을 재현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그의 홈런 페이스에 달려 있다. 박병호의 홈런 생산 속도는 후반기 들어 더욱 높아진 느낌이다. 7월 20경기에서 10개의 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8월 들어 불과 15경기에서 9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꾸준하게 몰아치는 능력, 현역 타자중 최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8월 4~5일 2경기 연속에 이어 9~12일 4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15일과 17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또다시 연속경기 홈런을 때렸다. 3~4월 6개, 5월 9개, 6월 9개의 홈런을 각각 날린 박병호의 방망이가 여름 들어 더욱 무섭게 변신한 셈이다.

2003년 이승엽은 어땠을까. 올해 박병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그해 4월 6홈런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승엽은 5월에는 15개의 홈런을 때리며 월간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6월에도 14개의 아치를 그리며 페이스를 이어갔고, 7월에는 14경기에서 6개를 때려냈다. 그러나 이승엽은 8월 시작과 함께 11경기 연속 침묵했다. 체력적, 심리적 부담과 상대팀의 강력한 견제가 작용했다. 그러나 8월 14일 홈런포를 재가동한 이승엽은 9월 10일까지 22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시즌 53호째를 기록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 시즌 최다 기록에 1개, 아시아 최다 기록에 2개를 남겨놓은 상황. 이승엽은 또다시 부진했다. 그가 54홈런을 때린 것은 9경기만인 9월 21일 대구 LG 트윈스전이었다. 그리고 나흘 뒤인 25일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 김진우를 상대로 55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당시 시즌 남은 경기는 6경기. 아시아 최다기록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승엽은 물밀듯이 몰려드는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었지만 5경기에서 무홈런에 그쳤다. 기록을 의식한 스윙, 상대투수의 노골적인 유인 전략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2일 대구 롯데전. 4번 1루수로 출전한 이승엽은 0-2로 뒤지고 있던 2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롯데 선발 이정민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겼다. 드라마같은 역사의 현장이었다.

지금까지 자기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는 박병호도 기록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승엽은 2003년 43호 홈런을 8월 19일 시즌 97번째 경기였던 대구 SK 와이번스전에서 기록했다. 같은 홈런수에 따른 경기수를 비교하면 올시즌 박병호가 11게임을 더 치렀다. 올해 페넌트레이스는 2003년 133경기보다 11경기가 많은 144경기다.

1961년 로저 매리스가 61홈런을 때렸을 때 베이브 루스 지지파들은 "지금은 162경기이고, 1927년은 154경기 시대였다"며 기록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한동안 매리스와 루스의 기록을 경기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각각 한시즌 최다 기록으로 삼았다. 그러나 '162경기든 154경기든 똑같은 한시즌'이라는 정서가 지배하면서 매리스의 61홈런은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70홈런을 때릴 때까지 한 시즌 최다 기록으로 군림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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