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생은 흔히 긴 여정으로 비유된다. 먼 길을 돌고돌아 종착지로 다가가는 외로운 여행이다. 걷다보면 평생의 동료나 반려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적도 만난다. 길 자체도 평탄하지만은 않다. 오르막과 내리막, 오솔길과 대로, 험한 자갈밭 돌길과 보드라운 흙길이 교차된다. 그러다 때로는 진흙구덩이에 발을 잘못 내딛어 낭패를 보거나 움푹 패인 도랑에 처박힐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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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행은 큰 용기를 내어 자신의 잘못을 담담히 인정했다. 그리고 앞으로 평생 성실히 그 과오를 만회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한 번의 사과로 팬들이 받았던 실망감을 다 씻을 순 없다. 그러나 최진행의 사과에 담긴 진정성은 인정해줘야 한다. 한 번 잘못을 했다는 이유로 무조건인 야유와 비난을 퍼붓는 것은 성숙한 팬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냉철하게 최진행이 자신의 한 약속을 지켜내는 지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최진행은 지금까지 우직하고 순박하게 야구를 해왔던 선수다. 군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복귀했던 2009시즌에 처음 만난 이래 최진행은 늘 한결같았다. '화려함'이나 '꼼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촌스러워보일 정도로 순박하게 야구만 파고들었다. 6년 내내 군인처럼 짧은 '스포츠형 머리스타일'을 고집해왔고, 유행처럼 번진 '타투'도 하지 않았다. '스타플레이어'라기보다는 그냥 우직한 운동선수였다.
그래서 그가 금지약물을 "모르고" 복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프로선수의 위치에서는 무지 또한 죄'라는 논리였다. 믿음이 컸고, 그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어설프게 감싸기보다 더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최진행에게 '몸에 좋은 쓴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자의 비판이 '쓴 약'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최진행이 '금지약물 파문'을 계기로 야구에 대한 소중함과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 그리고 팬에 대한 의무 등에 관해 더 깊은 성찰을 하게된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진정성 어린 사과와 다짐에서 알 수 있었다. 이제 중요한 건 최진행이 과연 어떤 야구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나가느냐다.
최진행은 큰 짐을 스스로 짊어졌다. 팬들의 비난조차 다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 무게감을 짊어진 채 다시 자신만의 야구를 펼쳐 팬에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힘과 용기를 잃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길 기원한다. 진흙탕에 빠졌다고 해서 인생의 여정이 끝난 건 아니다. 흙을 털고 다시 마른 길을 찾아 걸어가면 된다. 최진행의 야구 인생은 앞으로 더 많이 남아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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