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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심술을 부려 만들어 낸 경기 일정 변경. 시즌 초부터 시작해 장마철이면 우천 취소가 쏟아진다. 찌푸린 하늘에서 살짝 비가 흩뿌려도 경기가 취소될 때가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관중 동원이 어려운 궂은 날 경기가 반갑지 않다. 선발 로테이션에 펑크가 났거나 팀이 부진에 빠졌을 때 현장에서는 애타가 비를 기다린다.
장마와 태풍이 몰아친 지난 주에 11경기가 취소됐다. 전반기에 두산 베어스가 14경기,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가 각각 13경기씩 비 때문에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미편성경기를 포함해 뒤로 미뤄진 경기를 9월 13일 이후에 소화해야 한다. 앞으로도 우천 취소 경기가 쌓일 수밖에 없다. 돔구장이 없는 현실에서 피하기 힘든 일이다.
벌써부터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 얘기가 나온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가혹한 일정이다. 최악의 경우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은 가을야구 기간에 정규시즌 잔여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
뒤로 미뤄져 빡빡해진 일정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느냐는 답은 없다. 일단 KBO는 더블헤더보다 월요일 경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체력 부담이 집중되는 더블헤더보다 월요일 경기를 선호하는 지도자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월요일 경기가 낫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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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월요일 경기보다 더블헤더가 낫다고 했다. 월요일에 경기를 하게 되면 휴식없이 9연전, 10연전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양 감독은 "휴식없이 장기간 연전을 하게 되면 우리 팀의 많은 선수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고 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베테랑 선수가 많은 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더블헤더가 힘들어도 휴식일을 보장받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물론, 투수력이 강한 팀, 선수층이 두텁다면 월요일 경기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지난해 LG는 주말 경기가 비 때문에 미뤄져 치른 월요일 경기가 많아 어려움이 컸다.
예전 사례를 보면, 월요일 경기에 관중이 적었다. 팬이나 선수 모두 월요일 경기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지난해 "팬이 찾지 않는 경기는 의미가 없다"며 월요일 경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반면, 더블헤더가 경기력 저하를 유발해 경기 몰입도, 긴장감을 떨어트린다는 의견도 있다. 비로 취소된 경기가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의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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