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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 해당심판은 최종 판정에서 제외해야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7-15 08:54 | 최종수정 2015-07-15 08:54


올시즌 프로야구에 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심판합의판정(비디오 판독). 지난해 부분 도입을 올시즌 확대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지만 개선점이 없지 않다. TV 중계화면이 아닌 단독 카메라 확보가 궁극의 지향점이 되겠지만 판독 시스템도 손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1차로 상황 판단을 내린 심판위원까지 동석해 화면을 보고 최종 판정을 들어가는 것은 공정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 프로야구 심판합의판정은 5가지 항목으로 최소화돼 있다. 범위를 너무 넓힐 경우 오해 소지가 있고, 경기 스피드업 방해, 심판위원의 독자성 훼손 등 여러 문제를 동반한다. 팀마다 한번 사용할 수 있고, 판정 번복이 되면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 판단 대상은 5가지 항목. 홈런타구의 페어/파울(횟수에 포함되지 않음),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 아웃/세이프, 야수의 포구 아웃/세이프, 사구 여부 등이다. 요청은 감독이 한다. 선수나 코치가 경기중 비디오 판독을 뜻하는 네모를 허공에 그리는 것은 감독에게 '비디오 판독을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강하게 전달하는 장면이다. 감독이 요청하면 해당 심판과 심판팀장, 대기심, KBO 경기운영위원 등 네 명이 TV중계 리플레이 화면을 보며 판단을 내린다.


◇7월 11일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10회 무사 1, 2루에서 한화 이용규 2루 주자가 견제 아웃을 당했다. 김성근 감독이 비디오판독을 요구해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됐다. 비디오판독을 요구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11
해당 심판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시간이다. 철저한 프로의식을 갖고, 경기에 초집중해도 오심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시즌 판정 번복률은 37% 내외, 시즌 종반까지는 모두 140차례 정도의 판정이 최종 오심으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비디오 판독 판정번복 수치는 메이저리그와 비슷하다. 어차피 비디오 판독은 야구 뿐만 아니라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여러 프로스포츠로 확대되는 추세다. 중계 화면의 슬로오 비디오를 실시간으로 보는 팬들의 눈높이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오심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해당 심판이 직접 중계화면을 보며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찰나에 벌어진 상황을 잘못 본 실수를 되새겨 봐야 큰 도움이 안된다. 최선을 다한 판정에 대한 다음 판단은 다른 이들이 하면 된다. 오심에 대한 평가는 경기 후나 시즌이 종료된 뒤 정당하게 받으면 된다. 1심 재판의 오류를 묻는 2심 재판이 열렸는데 2심 재판부에 해당 1심 재판부 멤버가 포함될 수는 없다.

문제가 된 상황에 대한 부연설명을 할수는 있겠지만 비디오 판독은 그 자체로 독립된 판단 시스템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보면 된다.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것은 판단 보류, 즉 최초판정을 지키면 된다. 또 해당심판이 팀장일 경우 심판위원들간 위계질서 등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순간적인 판단에 미세하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심판위원들의 역량이냐 의식을 문제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더 좋다. 심판위원들의 마음도 오히려 홀가분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심판위원을 비디오 판독에서 완전히 제외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메이저리그는 독자적인 카메라 시스템(300억원 이상 소요)을 두고 있다. 경기장마다 12대의 카메라를 설치,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뉴욕 메이저리그 사무국 컨트롤타워는 경기중 요청이 오면 화면을 면밀히 분석, 특수 통신 시스템에 연결된 헤드폰을 낀 심판에게 아웃이냐, 세이프냐 등 '최종 단어'만 알려준다. 화면 판독은 철저히 다른 이의 몫이다. 국내야구 현실에선 꿈같은 얘기다.

일단 해당심판이라도 비디오 판독에선 제외시키고, 향후 경기운영위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 나아가 KBO가 중계화면을 모니터링하며 판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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