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최진행이 KBO의 도핑검사에 적발돼 30경기 출전 정지의 제재를 받았을 때 많은 선수들이 적발 소식에 놀라면서도 그가 정말 몰랐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타노조롤(stanozolol)이란 성분이 있는 근육강화제를 먹으려면 시즌 전에 먹어야했기 때문이다.
스타노조롤은 체내에 3주 정도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최진행은 먹은지 3주가 안된 시점에서 검사를 받아 약물이 검출됐다는 뜻이다. 도핑검사가 5월에 시행됐으니 3월까지만 먹었다면 검출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 한 야구관계자는 "선수들이 이런 약물을 오프시즌 때 복용하면서 운동을 하고 시즌 전에 끊는다면 적발되지 않는것 아니냐"라고 했다.
사람들은 보통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경기 때 힘을 내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오프 시즌 때 훈련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약물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10번 할 것을 15번, 20번으로 늘릴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게 해 몸을 키우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선수가 실제로 있다면 약물복용없이 열심히 훈련하며 실력을 높이는 동료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스타노조롤처럼 체내에 남아있는 기간이 짧은 경우는 시즌 전까지 약물을 복용하고 시즌 때 끊으면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게 되니 충분히 악용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KBO의 도핑 검사도 좀 더 지능적으로 변해야 한다. 현재 KBO의 도핑은 예측 가능하다. 최근 3년간의 도핑 검사를 보면 4월에 외국인 선수들만 대상으로 시행되고 5월에 국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다. 이후 8월에 한차례 더 도핑테스트를 한다. 너무 뻔한 스케줄로 하다보니 선수들이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5월에 실시했으니 이제 8월에 도핑검사를 한다. 만약 선수들 중에 약물을 복용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스타노조롤을 1∼2달 정도 복용해도 8월에 실시할 검사에서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
조금 더 자주 불시에 실시할 필요가 있다. 시범경기 때도 하고 1∼2달 내에 자주 실시해야 선수들에게 약물 복용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비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 한번에 많은 선수를 하지 않고 2∼3명만 해도 된다. 약물 복용 선수를 적발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주 시행함으로써 선수들에게 경고를 하는 효과가 있다. 소변으로 검출되지 않는 약물도 있다고 하니 가끔은 혈액 검사도 함께 실시한다면 선수들에게 큰 효과가 있을 듯.
제재를 좀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 최진행의 경우 KBO로부터 30경기 출전 정지처분을 받았다. 허나 한화 구단은 2000만원의 벌금만 최진행에게 부과했다. 1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최진행에게 2000만원은 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많은 액수도 아니다. 얼마전 음주 교통사고를 냈던 LG 정찬헌의 경우 구단에서 3개월 출전 정지를 시켜 사실상 올시즌 뛸 수 없게 했다. 최진행은 모르고 먹었다고 했지만 모르고 먹은 것이 자랑은 아니다. 오랫동안 프로에서 활약한 베테랑 선수가 모르고 먹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창피한 일일 수 있다. 프로야구의 명예를 먹칠했다. 이번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된 선수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올시즌 벌크업으로 장타력이 늘어난 선수들이 팬들의 의심을 샀다. 최진행은 괜한 선수들을 약물 복용 선수로 오해받게 했다. 실제로 약물 복용한 최진행이 나왔으니 몸이 커지고 장타력이 는 선수들은 앞으로 계속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제재를 더욱 강하게 해 선수들이 이런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치료 목적인 경우도 KBO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그러지 않았을 경우엔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한다고 팬들이 생각하면 누가 야구장을 찾겠나. 이는 분명 프로야구의 미래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계속되기 위해선 치밀하고 지능적으로 도핑에 대응해 팬들이 약물이 없는 프로야구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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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1회말 2사 한화 최진행이 김태균에 이어 백투백 홈런을 치고 들어와 축하를 받고 있다. SK는 선발투수로 4승 3패 방어율 4.42의 윤희상을 내세웠다. 한화에서는 6승 2패 방어율 4.70의 안영명이 선발 등판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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