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드높은 명성은 헛되이 전해지는 법이 없다. 한화 이글스의 간판타자, '캡틴' 김태균(33)의 명성이 꼭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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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김태균의 전진배치에 있었다. 김 감독은 "최근 김태균은 타격감이 제 자리를 잡았다. 안정된 밸런스에서 스윙을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김 감독은 득점 찬스에서 김태균의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방안을 낸 것이다. 4번 타순에 비해 3번 타순은 테이블세터진과 붙어있어 조금 더 많은 타점 기회를 만날 수 있다.
김 감독의 이같은 노림수는 기가 막히가 맞아들어갔다. 김태균은 결국 호쾌한 홈런 한 방으로 SK를 격침했다. 3번 타순이었기에 얻어낼 수 있는 기회를 멋지게 살려낸 것이다. 김태균의 한 방은 경기 후반에 나왔다. 3-2로 앞선 7회초 2사 2, 3루였다. 아웃카운트가 2개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김태균이 한 순서 뒤의 4번이었다면, 아예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기회였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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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켈리는 김태균이 부담스러웠던 듯 하다. 초구와 2구째 연속 볼. 이어 스트라이크와 파울 2개로 볼카운트 2B2S가 됐다. 그런데 6구째를 던지기에 앞서 갑자기 투구 리듬이 무너졌다. 세트업 포지션에서 왼쪽 다리를 올리는 킥킹 동작을 하다가 갑자기 다리를 내리고 뒷걸음질 쳤다. 보크였다. 결국 주자들이 1루씩 진루하며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켈리는 잠시 마운드 뒤쪽으로 물러나 쭈그리고 앉아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몸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긴 듯 했다.
그런데 SK 덕아웃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코칭스태프의 마운드 방문기회를 다 소진했기 때문. 여기서 올라가면 투수를 교체해야 했다. 결국 켈리는 그대로 마운드에서 혼자 김태균을 상대해야 했다. 이미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김태균을 이길 순 없었다. 스피드는 151㎞로 나왔지만 끝이 무뎠던 패스트볼이 김태균의 배트 중심에 제대로 걸렸다. 타구는 그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130m짜리 대형 스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4경기 연속이자 이날 승리에 쐐기를 박는 홈런이었다.
김태균은 "앞에서 좋은 찬스가 있었는데, 기회를 살리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었다. 그래서 홈런 치기 전에 타석에서 실수하지 말고 더 집중해서 치자고 생각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홈런의 비결을 밝혔다. 이어 "현재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 모두 잘해주고 있고, 나도 앞으로 더 나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는 김태균의 홈런 덕분에 6대3으로 승리하며 SK와의 주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특히 이 경기는 김성근 감독의 통산 2번째 '감독 2400경기 출장'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 감독은 24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통산 1272승57무1071패를 달성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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