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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경기 연속 홈런 김태균, '명불허전' 클래스의 위력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6-28 20:58


'명불허전'. 드높은 명성은 헛되이 전해지는 법이 없다. 한화 이글스의 간판타자, '캡틴' 김태균(33)의 명성이 꼭 그러하다.

김태균이 팀의 상징이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였다. 물론 팀의 승률도 김태균의 한방 덕분에 위로 뛰이올랐다. 프로 데뷔 후 3번째로 4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SK전 승리를 이끌었다. 4경기 연속은 자신의 '최다경기 연속홈런' 타이 기록이다. 앞서 2번은 각각 2004년 7월 29일 대전 SK전부터 8월 1일 대전 현대전. 2009년 7월 5일 대전 KIA전부터 7월 10일 잠실 LG전까지 연속 홈런을 친 적이 있다.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2015 프로야구 주말 3연전 3차전이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2사 2, 3루 한화 김태균이 좌월 스리런포를 치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3승 3패, 방어율 5.19의 송창식을 내세웠다. SK에서는 3승 5패, 방어율 5.06의 켈리가 선발투수로 나섰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28/
김태균은 28일 인천 SK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 때 모처럼 3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자신의 상징과 같은 4번타자 자리는 이종환에게 내줬다. 이는 김태균의 한껏 달아오른 타격감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김성근 감독의 노림수 때문. 김 감독은 이날 경기전 "어제 3번과 5번에서 안터지는 바람에 경기에 패하고 말았다"면서 "짜내고 짜내어 새로운 타순을 구성했다.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마친 뒤 공개된 타순은 역시 파격적이었다. 김태균이 3번으로 전진배치 돼 있었다. 4번은 이종환, 5번은 이날 1군 엔트리에 복귀한 이시찬이 맡았다.

핵심은 김태균의 전진배치에 있었다. 김 감독은 "최근 김태균은 타격감이 제 자리를 잡았다. 안정된 밸런스에서 스윙을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김 감독은 득점 찬스에서 김태균의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방안을 낸 것이다. 4번 타순에 비해 3번 타순은 테이블세터진과 붙어있어 조금 더 많은 타점 기회를 만날 수 있다.

김 감독의 이같은 노림수는 기가 막히가 맞아들어갔다. 김태균은 결국 호쾌한 홈런 한 방으로 SK를 격침했다. 3번 타순이었기에 얻어낼 수 있는 기회를 멋지게 살려낸 것이다. 김태균의 한 방은 경기 후반에 나왔다. 3-2로 앞선 7회초 2사 2, 3루였다. 아웃카운트가 2개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김태균이 한 순서 뒤의 4번이었다면, 아예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기회였다는 뜻.

하지만 이날의 김태균은 3번이었고, 2사 2,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2015 프로야구 주말 3연전 3차전이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가 6-3의 승리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친 김태균이 유먼의 수훈선수 메달을 목에 걸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3승 3패, 방어율 5.19의 송창식을 내세웠다. SK에서는 3승 5패, 방어율 5.06의 켈리가 선발투수로 나섰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28/
상대는 SK 외국인 선발 켈리였다. 켈리는 6회까지 2점만 내주며 잘 던지고 있었다. 그러나 2-2로 맞선 7회초 2사후 흔들렸다. 조인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에 이어 이용규에게 우전안타, 장운호에게 좌전안타를 연속으로 맞았다. 그리고 타석에 김태균이 들어섰다.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켈리는 김태균이 부담스러웠던 듯 하다. 초구와 2구째 연속 볼. 이어 스트라이크와 파울 2개로 볼카운트 2B2S가 됐다. 그런데 6구째를 던지기에 앞서 갑자기 투구 리듬이 무너졌다. 세트업 포지션에서 왼쪽 다리를 올리는 킥킹 동작을 하다가 갑자기 다리를 내리고 뒷걸음질 쳤다. 보크였다. 결국 주자들이 1루씩 진루하며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켈리는 잠시 마운드 뒤쪽으로 물러나 쭈그리고 앉아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몸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긴 듯 했다.


그런데 SK 덕아웃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코칭스태프의 마운드 방문기회를 다 소진했기 때문. 여기서 올라가면 투수를 교체해야 했다. 결국 켈리는 그대로 마운드에서 혼자 김태균을 상대해야 했다. 이미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김태균을 이길 순 없었다. 스피드는 151㎞로 나왔지만 끝이 무뎠던 패스트볼이 김태균의 배트 중심에 제대로 걸렸다. 타구는 그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130m짜리 대형 스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4경기 연속이자 이날 승리에 쐐기를 박는 홈런이었다.

김태균은 "앞에서 좋은 찬스가 있었는데, 기회를 살리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었다. 그래서 홈런 치기 전에 타석에서 실수하지 말고 더 집중해서 치자고 생각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홈런의 비결을 밝혔다. 이어 "현재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 모두 잘해주고 있고, 나도 앞으로 더 나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는 김태균의 홈런 덕분에 6대3으로 승리하며 SK와의 주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특히 이 경기는 김성근 감독의 통산 2번째 '감독 2400경기 출장'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 감독은 24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통산 1272승57무1071패를 달성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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