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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 호투 허준혁, 17.2이닝 무실점 우연이 아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6-27 11:47 | 최종수정 2015-06-27 11:47


KIA와 두산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두산 허준혁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26/

KIA와 두산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8회말 두산 허준혁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허준혁은 7.2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26/



단순한 돌풍일까. 신데렐라의 탄생일까.

두산 허준혁의 최근 활약은 놀랍다. 3경기 연속 호투.

26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 7⅔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볼넷 1실점의 특급투를 펼쳤다. 기록 뿐만 아니라 경기내용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한마디로 이렇다 할 위기상황이 없었다.

마치 10년 차 이상의 베테랑처럼 경기를 노련하게 끌고 갔다. 2, 3, 4회 선두 타자를 출루시켰지만, 여유있는 모습으로 병살타를 유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며 "나도 저렇게까지 던질 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허준혁은 이날 7회 1사 이후 브렛 필에게 솔로홈런을 허용, 무실점 행진을 멈췄다. 무려 17⅔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과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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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은 "일단 제구력 자체가 안정적인 것 같다"고 했다.


특급 투수의 기본은 안정적 제구력이다. 자신이 맘 먹은 곳에 공을 뿌려야 안정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하다. 2009년 롯데 2차 3라운드 18순위로 지명받은 허준혁은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구속도 뛰어나지 않았다. 그는 "최고구속이 142㎞ 정도였던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롯데에서 SK로, 다시 두산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잠재력 높은 투수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는 니퍼트와 마야의 공백으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처음에 한용덕 코치가 임시선발로 허준혁을 추천했을 때 '허준혁?'하고 의아해 했다. 하지만 한 코치가 강력히 추천해 '한번 써보자'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존재감이 뛰어나진 않았다.

투구폼을 세부적으로 많이 수정했다. 원래 약간 스리쿼터형의 투수였던 그는 던질 때 팔 위치를 약간 더 내렸다. 키킹과 스트라이드 타이밍을 조절했다. 결국 제구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재력이 폭발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변화구 구사력이다.

그의 커브는 리그 최고급이다. 낙차가 워낙 큰데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유자재로 넣을 수 있다. 그의 주무기다. 여기에 서클 체인지업과 포크볼을 구사한다. 5개의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타자들에게 더욱 많은 선택지를 강요한다. 즉, 안정적인 경기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잠재력 높은 커맨드

최근 넥센 염경엽 감독은 '커맨드'라는 용어를 강조했다. 흔히 투수에게 컨트롤 혹은 제구력이 좋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커맨드는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수 있는 능력 뿐만 아니라 투수가 자신의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진다는 좀 더 정교한 의미를 갖는다. 이 부분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잡느냐는 의미로 연결된다.

즉,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뿐만 아니라 타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볼을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허준혁의 커맨드 능력은 매우 잠재력이 높다.

26일 KIA전 직후 김태형 감독도 "기본적으로 커브로 카운터를 잡고, 승부구를 유효적절하게 넣을 줄 안다"고 표현했다.

2, 3, 4회 나온 병살타를 보면 알 수 있다. 커브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 뒤, 서클 체인지업이나 몸쪽 패스트볼, 그리고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다.

그는 포크볼과 서클 체인지업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쉽지 않다. 포크볼은 찍듯이 던져야 하고, 서클 체인지업은 좀 더 부드럽게 밀어던져야 하는 구종이기 때문이다. 자칫 투구 밸런스가 깨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고, 노력도 필요하다. 허준혁은 "예전부터 포크볼과 서클 체인지업을 동시에 던졌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커브의 각 자체가 워낙 좋은데다, 슬라이더 역시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과 패스트볼과 비슷하게 오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볼을 정교하게 컨트롤한다.

이날 허준혁의 최고구속은 136㎞였다. 마치 팀동료 유희관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김태형 감독은 "허준혁의 공이 좀 더 빠르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제구력이 좀 더 정교할 경우 유희관보다 더욱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좀 더 다양한 변화구 구사능력을 가지고 있고, 떨어지는 구종(커브, 포크)과 좌우로 휘는 구종(서클 체인지업, 슬라이더)을 이상적으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그는 독특한 투구폼을 지녔다. 릴리스 하기 직전까지 볼을 숨기고 나오는 '디셉션'이 매우 좋다. 여기에 릴리스 하기 전 공을 아래에서 위로 끌고 나오는 상황에서 왼손이 엉덩이에 툭 걸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허준혁은 "가끔 왼손이 엉덩이에 약간 부딪친다. 나도 모르게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투구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즉, 미세하게 투구폼 자체가 불규칙해지는데, 이 부분은 타자의 타이밍 싸움에서 매우 유리한 요소다.

허준혁은 이제 3경기만을 치렀다. 하지만 경기내용을 분석해 보면, 상대하기 쉽지 않은 매우 까다로운 투수다. 허준혁은 "두번째 등판까지는 힘들었는데, 세번째는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경험치가 쌓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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