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의 방심은 종종 큰 사고로 이어진다. 악의가 담기진 않았지만, 어쨌든 한화 이글스 최진행은 '무지'와 '방심'에 의해 실수를 했다. 그 실수로 인해 본인은 물론 팀도 피해를 입고 말았다.
|
하지만 최진행이 받은 제품은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 못한 미국 제품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지정한 금지약물 성분인 스타노조롤이 들어있었다. 스테로이드의 일종인데, 제품 겉포장의 성분표에는 표기되지 않았다. 최진행은 이걸 간과했다. 무지에서 발생한 실수다. 최진행은 3~4차례 복용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트레이닝 코치에게 문의했는데, 바로 '복용 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먹지 않았다. 하지만 체내 잔류 성분이 도핑에 걸렸다. 정황으로만 보면 최진행도 억울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최진행은 KBO로부터 30경기 출장 징계를 받았다. KBO가 벌금은 부과하지 않았지만, 규정상 최진행은 자연스럽게 금전적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제6조 4항에 따르면 '선수 본인의 명백한 귀책사유로 인해 반도핑 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 출장정지 기간 동안 1일당 연봉의 1/300을 감액한다'고 돼 있다. 이걸 환산하면 올해 연봉(1억5000만원)의 10% 정도 깎이는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15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순간의 판단 미스로 생긴 손해치고는 실로 엄청나다. 그간의 성실함과 꾸준한 노력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게 맞다. 사소한 판단 실수였지만, 분명 잘못한 건 맞다. 당연히 힘겨운 시기를 견뎌야 한다. 그리고 징계가 풀린 뒤 스스로의 실력으로 실수를 만회하면 된다. 그게 프로다. 이미 좋은 선례도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 구단인 뉴욕 양키스 구단의 간판 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금지약물 복용으로 2014시즌을 통채로 뛰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돌아와 스스로의 힘으로 실수를 만회해나가고 있다. 최진행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