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화 포수 정범모, 자신감 더 가져도 된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6-24 08:39


한화 정범모, 좀 더 자신감 가져도 된다

신중한 건 좋다. 조심스러운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가 죽어선 안된다. 특히나 필드에서 팀의 수비를 진두지휘하고 투수를 이끌어야 하는 포수라면. 더 강한 자신감을 앞세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좀 더 주도적으로 경기 흐름을 이끌어갈 여지가 생긴다. 오랜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온 한화 이글스 포수 정범모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정범모는 좀 더 가슴을 펼 필요가 있다.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49일만에 1군 포수로 선발출전한 한화 정범모가 포구한 공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3승 3패 방어율 7.28의 배영수를 내세웠다. NC는 7승 3패 방어율 3.47의 해커가 선발등판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19/
현재 정범모는 한화의 '선발 포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지 며칠 안됐다. 지난 16일 대전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복귀한 정범모는 19일 창원 NC다이노스전 때 선발 포수로 복귀했다. 무려 49일 만의 1군 경기 선발 포수 출전. 이후 정범모는 21일 NC전에 이어 23일 대전 넥센전에도 선발 포수로 나왔다.

사실 정범모 보다는 허도환이 선발로 나서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허도환은 안정된 투수리드와 블로킹, 게다가 가끔씩 보여주는 좋은 타격으로 인해 5월 중순 이후 대부분 주전 포수로 나서며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특히 조인성이 지난 13일에 옆구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이후에는 붙박이 주전포수였다. 하지만 허도환만으로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팀을 막론하고 포수는 반드시 백업 요원이 필요한 보직이다.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이 많기 때문.

그래서 한화 김성근 감독은 정범모를 서둘러 불러올렸다. 정범모는 재활을 마치자마자 1군에 등록됐다. 보통 부상에서 회복된 선수들은 2군에서 몇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법인데, 정범모는 이 과정을 생략했다. 결과적으로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허도환이 경기 중 누적된 부상 때문에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결국 정범모는 1군 합류 4일 만에 선발 포수로 나서야 했다.

선발 포수 복귀전을 앞둔 정범모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선발 오더보고 놀랐어요. '왜 나지?'하는 생각도 들고. 4월초 이후 실전을 한번도 안치러서 경기 감각이 너무 떨어져 있는데, 좀 걱정이 되네요. 최대한 실수하지 않게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실전 적응없이 곧바로 1군 경기에 선발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던 것이다. 팀이 연패 중이라는 점도 부담감을 키웠다.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다. 경기 전 한화 허도환, 정범모 포수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21/
그래서인지 NC와의 3연전에서는 매 경기 실책을 하는 등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 도루도 속절없이 허용했고, 타격에서도 나사가 한 두개 쯤 풀린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결과적으로 팀의 5연패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건 맞다. 하지만 이런 부진에 대해 순전히 질책만 할 순 없다. 무려 49일 동안 재활만 하다가 실전에 나선 상황이다. 게다가 연패 중이라 선수단 분위기는 최악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확실한 1군 커리어를 만들지 못한 정범모가 이런 상황에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건 당연하다.


만약 계속 실수를 반복하고, 소극적인 모습만 보였다면 정범모는 1군에 남을 자격이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새롭게 시작된 주의 첫 경기에서 정범모는 달라져 있었다. 1회부터 9회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며 유먼(6⅓이닝 1실점)-박정진(0이닝 1안타)-권 혁(2이닝 무안타 무실점)-윤규진(⅔이닝 1안타 무실점) 등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5연패에서 탈출했다.

넥센전에서의 정범모는 실전 감각을 많이 되찾은 듯 했다. 기본적으로 실수가 없었다. 지난 주말 NC전과 비교하면 볼배합이나 블로킹도 한결 안정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출루 자체가 적으니 도루 역시 자연스럽게 차단됐다. 분명 발전하는 징후가 보인다. 여전히 타격면에서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포수로서는 믿음을 보였다. 이 점이 중요하다.

현재 정범모에게 팀이 기대하는 건 타격이 아닌 수비다. 포수로서 안정감만 보여주면 일단은 합격이다. 타격은 천천히 끌어올려도 된다. 이런 식으로 좀더 생각을 심플하게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현재 위치, 그리고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역할만 확실히 깨닫는다면 부담감도 줄어들 수 있다. 그래야 숨은 실력도 더 잘 발휘된다.

정범모는 자질이 떨어지는 선수가 절대 아니다. 게다가 성실하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자질이 부족하거나 성실하지 않았다면 이미 오래전에 김성근 감독의 눈밖에 났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캠프 기간 내내 정범모를 붙잡고 가르쳤다.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다. 이제 그 가능성을 보여줄 때가 됐다. 시작은 가슴을 펴는 것부터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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