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범모, 좀 더 자신감 가져도 된다
신중한 건 좋다. 조심스러운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가 죽어선 안된다. 특히나 필드에서 팀의 수비를 진두지휘하고 투수를 이끌어야 하는 포수라면. 더 강한 자신감을 앞세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좀 더 주도적으로 경기 흐름을 이끌어갈 여지가 생긴다. 오랜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온 한화 이글스 포수 정범모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정범모는 좀 더 가슴을 펼 필요가 있다.
|
사실 정범모 보다는 허도환이 선발로 나서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허도환은 안정된 투수리드와 블로킹, 게다가 가끔씩 보여주는 좋은 타격으로 인해 5월 중순 이후 대부분 주전 포수로 나서며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특히 조인성이 지난 13일에 옆구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이후에는 붙박이 주전포수였다. 하지만 허도환만으로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팀을 막론하고 포수는 반드시 백업 요원이 필요한 보직이다.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이 많기 때문.
선발 포수 복귀전을 앞둔 정범모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선발 오더보고 놀랐어요. '왜 나지?'하는 생각도 들고. 4월초 이후 실전을 한번도 안치러서 경기 감각이 너무 떨어져 있는데, 좀 걱정이 되네요. 최대한 실수하지 않게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실전 적응없이 곧바로 1군 경기에 선발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던 것이다. 팀이 연패 중이라는 점도 부담감을 키웠다.
|
만약 계속 실수를 반복하고, 소극적인 모습만 보였다면 정범모는 1군에 남을 자격이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새롭게 시작된 주의 첫 경기에서 정범모는 달라져 있었다. 1회부터 9회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며 유먼(6⅓이닝 1실점)-박정진(0이닝 1안타)-권 혁(2이닝 무안타 무실점)-윤규진(⅔이닝 1안타 무실점) 등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5연패에서 탈출했다.
넥센전에서의 정범모는 실전 감각을 많이 되찾은 듯 했다. 기본적으로 실수가 없었다. 지난 주말 NC전과 비교하면 볼배합이나 블로킹도 한결 안정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출루 자체가 적으니 도루 역시 자연스럽게 차단됐다. 분명 발전하는 징후가 보인다. 여전히 타격면에서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포수로서는 믿음을 보였다. 이 점이 중요하다.
현재 정범모에게 팀이 기대하는 건 타격이 아닌 수비다. 포수로서 안정감만 보여주면 일단은 합격이다. 타격은 천천히 끌어올려도 된다. 이런 식으로 좀더 생각을 심플하게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현재 위치, 그리고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역할만 확실히 깨닫는다면 부담감도 줄어들 수 있다. 그래야 숨은 실력도 더 잘 발휘된다.
정범모는 자질이 떨어지는 선수가 절대 아니다. 게다가 성실하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자질이 부족하거나 성실하지 않았다면 이미 오래전에 김성근 감독의 눈밖에 났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캠프 기간 내내 정범모를 붙잡고 가르쳤다.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다. 이제 그 가능성을 보여줄 때가 됐다. 시작은 가슴을 펴는 것부터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