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근 감독, "일본에서의 8년, 이승엽을 더 크게만들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6-04 12:36


"그 시간들이 또 성장하게 만들었지 않나 싶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대망의 통산 400호 홈런을 때려냈다. 3일 포항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을 상대로 터트렸다. 사실 이승엽의 '400호 홈런'은 이미 한참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시즌 내 달성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승엽의 힘과 기술, 그리고 성실함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


3일 오후 포항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8대1로 승리한 훈 삼성 이승엽이 400홈런 기념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6.03.
이승엽의 400호 홈런을 기다리면서 야구계에서는 이런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일본 시절 8년이 없었더라면, 과연 이승엽은 국내에서 몇 개의 홈런을 더 칠수 있었을까"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1~2년도 아니고 무려 8년이다. 국내에서 최전성기를 찍었던 시점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3년 '56홈런'의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와 입단계약을 맺고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일본 최고의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을 거친 뒤 2012년 고향팀 삼성으로 돌아왔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의 8시즌. 이승엽의 '400호 홈런'의 공백기다. 언뜻 당시 이승엽의 페이스를 생각해보면 매년 최소 30홈런은 날렸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이승엽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시즌 동안 늘 30홈런 이상을 쳤다. 이 기간의 연간 평균 홈런 갯수는 무려 43개였다.

이 수치가 만약 이후의 8년동안 유지됐다면 산술적으로 이승엽은 300개 이상의 홈런을 터트릴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간 30개씩만 가정해도 240개다. 그랬다면 지금의 이승엽은 '400호 홈런'이 아니라 전인미답의 '700호 홈런' 고지를 밟았을 지도 모른다. 한국 프로야구계로서는 또 다른 성취를 잃은 셈이다.


◇2006년 3월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당시 지바 롯데 순회코치를 하던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이 포즈를 취했다. 도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그런데 사실 이런 가정법은 별로 의미가 없다. '만약에'라는 전제는 그냥 심심풀이 정도로 생각해보는 게 적당하다. 오히려 이승엽이 국내에만 있었을 경우 더 빨리 은퇴하게 됐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일본에서의 8년은 이승엽을 또 성장하게 만든 시간"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충분히 이런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지바 롯데에서 사실상 이승엽의 전담 타격코치 역할을 하면서 낯선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었기 때문. 때문에 이승엽도 400호 홈런 달성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님과 야구를 하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했다. 그러면서 야구가 늘었다"는 말을 했다. 이는 2005년 김 감독이 지바 롯데 순회 코치로 이승엽을 지도했던 것에 대한 감사 인사다.

일본 진출 2년차의 이승엽은 기로에 서 있었다. '아시아 홈런킹'이라는 명성에 무색하게 진출 첫해 타율 2할4푼에 14홈런에 그쳤다. 당시 보비 발렌타인 지바 롯데 감독은 이승엽을 레귤러 멤버로 여기지 않았다. 대타 요원 쯤으로 다뤘다. 이승엽도, 구단도 당황했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인물이 김 감독이다. 말이 '순회 코치'지 사실상 이승엽의 전담 코치였다.


김 감독은 2005년 이승엽을 붙들고 특유의 '지옥 훈련'을 감행했다. 소리를 치고, 욕도 했다. 손바닥에서 피가 줄줄 날 정도로 강하게 훈련을 시켰다. 과정은 썼지만, 열매는 달았다. 이승엽은 결국 지바 롯데에서 2005년 30홈런을 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2005년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의 이승엽. 스포츠조선 DB
이 당시를 떠올리며 김 감독은 "이승엽이 일본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나도 일부러 더 엄하게 가르쳤던 시기다. 이승엽이 30홈런을 친 그날, 호텔 방에서 유니폼도 벗지 않은 채 차가운 캔맥주를 함께 마셨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주면서 '승엽아, 네가 드디어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제 높은 레벨에 도달했다'고 마음껏 칭찬해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의 8년간이 선수이자 인간으로서의 이승엽을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일본에서 고생하면서 자기 자신과 싸웠던 시기가 이승엽을 더 성장하게 만들지 않았나 한다"고 평가했다. '국내에 남아있었다면 몇 개의 홈런을 더 쳤을까'라는 의문은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