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즌 끝날때까지 안내려갑니다."
처음에는 금세 돌아올 줄 알았다. 공을 던진 뒤에 늘 생기는 가벼운 근육통 정도로 여겼다. 20년 가까이 공을 던지면서 어깨 통증으로 고생한 기억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 윤규진은 그래서 지난 4월1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 딱 10일 뒤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컴백'이 41일이나 걸렸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답답하다가 나중에는 '미안함'이 들었다. 팀이 악전고투하면서도 꾸준히 승률 5할 이상을 유지하는 걸 보고는 더욱 각오를 단단히 했다. 지난 23일 1군 엔트리에 돌아온 윤규진은 그래서 "이제부터는 끝까지 1군 마운드를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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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2015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마운드에 오른 한화 윤규진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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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윤규진의 복귀는 한화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점점 지쳐가는 필승 마무리 권 혁의 과부하를 줄여줄 수 있다. 팀내 사정을 아무리 감안한다고 해도 사실 올시즌 초반 권 혁은 과도하게 던지고 있는 게 맞다. '혹사'라는 표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월말 시즌 개막 후 8주가 지났는데, 권 혁은 벌써 27경기에 나와 41⅔이닝을 던졌다. 불안한 선발진에 박정진과 송창식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필승조가 없는 상황에서 거의 홀로 팀을 책임졌다. 팬들은 그래서 으레 8회쯤 되면 "권 혁!"을 연호한다. 그가 안나오면 오히려 허전해 할 정도.
이런 권 혁의 힘겨운 투혼은 주간 등판 현황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개막 후 8주 동안 권 혁은 4월 넷째 주(19일~25일)에만 딱 2번 나왔다. 가장 흔했던 건 주 4회 출격이다. 8주 중 4번이나 됐다. 나머지 3주는 3번씩 나왔다. 아무리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가며 투입한다고 해도 많이 던지면 힘이 빠지는 게 사실.
확실히 4월에 비해 5월의 권 혁이 조금 더 많이 얻어맞았다. 4월 한 달간 권 혁의 평균자책점은 2.78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10으로 좋았다. 그러나 5월1일부터 25일까지 권 혁의 평균자책점은 3.63, WHIP는 1.50으로 높아졌다. 상대의 공략법이 더 정교해졌다고 볼 수 도 있지만, 권 혁의 구위 자체가 한 달 전에 비해 조금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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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9회말 1사 KT 이대형의 타구를 호수비로 잡아 아웃시킨 한화 유격수 권용관을 향해 권혁이 엄지를 추켜세우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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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73)도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위기때마다 권 혁을 호출했지만, 그 방법이 만능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김 감독 역시도 더욱 윤규진의 복귀를 기다려왔다. 김 감독은 "윤규진이 와서 권 혁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당분간은 현재처럼 투수진이 운용되고 윤규진은 권 혁 앞에서 던지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게 할 예정이다. 그러다 윤규진이 본궤도에 오르면 또 다른 운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확실히 윤규진의 복귀로 인해 빡빡한 불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 윤규진 역시 "나 없을 때 팀이 힘들게 버티는 것을 보고 많이 미안하면서도 각오를 더욱 다지게 됐다. 이제부터라도 힘을 열심히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은 지쳐가는 권 혁에게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서 "전방 100m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소리처럼 들릴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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