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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의 과부하, 류현진 어깨부상 예고된 참사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20 15:09


'많이 쓸수록 닳는다'는 이론이 맞았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지난 2년간 승승장구하던 류현진의 안타까운 어깨 부상과 수술 결정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류현진은 지난 9년간 무던히도 많이 던졌다.


ESPN이 LA 다저스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스포츠조선 DB
일반적으로 투수의 팔과 어깨상태에 관해서는 두 가지 이론이 있다. 일본 야구의 영향을 받은 지도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연습 과정에서 많은 공을 던질수록 보다 최적화 된 신체 밸런스와 폼을 정립하게 돼 아무리 많이 던져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제구력과 구위가 훨씬 좋아진다고도 한다.

반면 메이저리그와 현대 스포츠 의학의 이론 체계를 접한 지도자들은 펄쩍 뛴다. 사람의 근육과 관절은 일정 수준 이상을 가동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라는 것. 특히 투수의 경우 공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근육 내 미세 혈관의 파괴와 관절 및 연골 부위의 과부하를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본다. "지우개처럼 쓸수록 닳는다"고도 표현한다.

하지만 류현진의 사례를 보면 결국은 후자의 이론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래 지난해 까지 쉴새없이 달려 온 류현진의 어깨가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보강 훈련과 스트레칭, 약물 주사로도 되살아나지 않는 지경이 됐다. 남은 건 선수 생명을 건 수술 뿐이다. 미국 무대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기상을 높이던 류현진에게 최대의 시련이 찾아왔다.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을 수도 있다. 류현진은 쉬지 않았다. 2006년 데뷔 후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로 맹활약해왔다. 한국에서의 7시즌 동안 총 190경기에 나가 1269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평균 180이닝을 넘는다. 데뷔 첫 해와 2년차에 모두 200이닝을 넘었다. 역대 최소이닝이었던 2011년에도 126이닝이나 던졌다. 동시대의 국내 투수 중에서 류현진보다 꾸준하게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없다. 실력도 최고였지만, 스태미너와 내구성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재활 기간에만 최소 1년이 걸리고 돌아온다고 해도 구위 저하를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수술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게다가 류현진은 비시즌 기간에도 좀처럼 쉬지 않았다. 신인으로 201⅓이닝을 던진 2006시즌 후에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것을 시작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 꼬박 출전했다. 류현진은 피곤했지만, 태극마크를 외면하지 않았던 선수다.

국내 무대에서 이렇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류현진은 비교적 건강을 유지했다.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을 치른 뒤 맞이한 2008년 초반에 피로 누적으로 휴식을 취한 적이 있는데, 이때는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부터 꽤 부상이 잦았다. 왼쪽 견갑골 염증과 허리 통증 등으로 2011년에는 역대 최소이닝을 기록했고, 2012년에도 한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의 류현진은 휴식과 재활, 약물 주사 치료로 금세 건강을 되찾았다.

그렇게 KBO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은 2013년 빅리그 진출 첫해부터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류현진은 더 힘을 쥐어짰다. KBO리그와는 비교 자체가 안되는 이동거리와 경기 일정을 군말없이 소화했다. 2013년 30차례 선발로 나가 192이닝을 던진 뒤 2014년에는 26번의 선발에서 152이닝을 책임졌다.


하지만 이 당시에 이미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메이저리그 첫해에 풀타임으로 192이닝을 소화하고 난 뒤 맞이한 두 번째 시즌에서 류현진은 자주 아팠다. 공식적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오른 것은 두 차례다. 2014년 5월3일에 왼쪽 어깨 근육 염증으로 처음 DL에 오른다. 그리고 8월16일에는 엉덩이 근육 염좌 증세로 다시 DL에 등재됐다. 두 번 모두 15일짜리 단기 DL이었다. 류현진은 이 기간 동안 치료를 한 뒤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에 나서곤 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DL에 오르지 않았던 부상도 있었다. 8월14일 애틀랜타전 경기 도중 오른쪽 허벅지와 엉덩이 통증으로 교체됐다. 이틀 뒤 DL행이 결정됐다. 이어 시즌 막판이던 9월13일에 왼쪽 어깨 근육 염증이 생겼다. 9월의 부상은 충분히 DL에 오를 만 했다. 그러나 당시 시즌 종료 시점이 임박해서 DL에는 오르지 않은 채 계속 치료만 받았다. 류현진의 어깨는 이미 이 당시에 적신호가 켜졌던 것으로 보인다. 과연 류현진이 어깨 부상의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금 건강한 마운드 위의 '코리안 몬스터'로 돌아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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