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투수 한 명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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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에게 물었다. "그렇게 매 경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투수를 적재적소에 바꾸는 게 힘들지는 않으신가." 그러자 예상 외의 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이 말했다. "엄청 스트레스 받지. 피곤하고, 힘든 일이야"라고 했다. 경기를 한번 치르고 나면 온 몸의 기운이 쭉 빠진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최근 한화 야구와 김 감독에 대한 비판으로 흔히 쓰이는 '혹사'라는 말에 딱히 반박할 게 없다.
그래서 또 물었다. "선수도 그렇고 감독도 왜 그렇게 혹사하시나." 김 감독은 껄껄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다 살림대로 하는 거지. 나도 솔직히 투수 한 명만 쓰면서 경기 끝내고 싶다. 어떤 감독이든 마찬가지야. 한 경기에 투수는 2~3명만 쓰는 게 베스트지. 그런데 그게 내 팔자에는 없는 거 같아." 특별한 에이스도 없고, 그렇다고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지금의 한화 팀 사정으로는 어쩔 수 없이 승부처에서 투수들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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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적재적소에 이뤄지는 투수 교체는 경기 흐름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한 일이다. 보통 투수들의 컨디션과 구위, 그리고 경기 흐름과 타자의 특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체 카드를 꺼낸다. 여기에 감독마다 특유의 승부사 감각이 더해진다. 교체 카드가 잘 맞아 떨어질 때는 감독들도 대단히 큰 성취감을 느낀다. 김 감독도 "물론 잘 안될 때도 있지만 투수를 잘 바꿔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나도 기쁘다"고 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 위해 늘 경기 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라운드를 응시한다. 계속 노트에 메모를 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그렇다면 '투수 한 명이 완투해서 이기는 경기'와 '여러명의 투수가 효율적으로 투입돼 이기는 경기' 중에서 김 감독이 원하는 건 어떤 모델일까. 전자는 사실 감독이 별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후자는 고민은 많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도 크다. 김 감독의 답변은 이번에도 예상을 빗나갔다. "당연한 거 아냐. 투수 한 명이 알아서 끝내주는 거지." 잦은 투수교체는 김 감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김 감독은 요즘 2군에 있는 투수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서산에 있는 선수 대부분을 대전으로 불러들였다. 이유는 직접 눈으로 보고 컨디션과 폼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이런 작업의 목적은 명확하다. '투수를 적게 쓰는 야구'가 김 감독의 목표이기 때문. 그래서 매 경기 승부도 중요하지만, 육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요즘 계속 어린 투수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제법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보인다"면서 미래에는 한화 야구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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