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영건을 잃은 마음은 아프지만, 팀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 kt 위즈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확실한 전환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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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은 포수 출신 사령탑이다. 쌍방울 레이더스 배터리코치 시절부터,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감독을 거칠 때에도 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었다. 장성우는 공수를 겸비한 인재. 강민호라는 확실한 포수가 있는 롯데가 아니었다면, 어느 팀에 가서도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궁금한 건 처음 풀타임을 소화하게 될 장성우다. 조 감독은 "성우는 최고의 포수가 될 수 있다. 다들 수비를 얘기하는데 계속 출장하면, 장타력을 충분히 보여줄 것"이라며 "볼배합은 공부할 필요가 있겠지만, 다른 수비는 기본적인 자세가 다 갖춰져 있다. 투수와의 호흡은 계속 출전하면서 스스로 헤쳐나가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어 "바깥에서는 좋은 포수감이라고 얘기를 하지 않나. 최고의 포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본인도 그런 목표 의식을 갖고 성장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장성우에 대한 확신이 있어 보였다. 이미 박경완이라는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를 만들어냈던 그는 또다른 재능을 찾은 듯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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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트레이드의 시선이 장성우에게 집중됐지만, 조 감독은 우완 '파이어볼러' 최대성에게도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최대성은 150㎞대 강속구를 앞세워 롯데에서 필승조로 뛰기도 한 불펜투수. 조 감독은 최대성이 '제2의 장시환'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장시환은 지난해 말 '20인 외 특별지명'을 통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이적했다. 최대성과 마찬가지로 빠른 공이 장기인 유망주였다. 하지만 2007년 입단 후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전소속팀인 히어로즈는 장시환을 어떻게든 키워내려고 애썼지만, 매년 기대감만 남기고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kt 이적 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지난달 22일 SK 와이번스전에 구원등판해 5⅓이닝 무실점 역투로 데뷔 9년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더이상 빠른 공을 가졌음에도 제구가 안되던 유망주가 아니었다.
조 감독은 "시환이가 9년만에 첫 승을 올린 줄 몰랐다. 그만큼 환경이 바뀌는 게 크다. 코칭스태프의 지도도 달라질 수 있다. 선수에겐 환경적인 부분이 크다. 팀과 궁합도 존재한다"며 "시환이도 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완전히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지금 대성이도 그렇게 보인다. 볼끝에 힘이 떨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kt 코칭스태프는 장시환에게 제구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 뒷다리를 드는 동작을 바꿔줘 하체 힘을 쓸 수 있게 변화시켰다. 자신의 팔 힘으로만 던지려 했던 장시환을 바꾼 지도가 비슷한 유형인 최대성에게도 통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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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로 당장 선발 한 자리가 비겠지만, 현재 선발로 던지기 시작한 사이드암 엄상백과 불펜에 있는 좌완 심재민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발로 키우겠다고 했다. 또한 2군에서 피칭을 시작한 주 권도 선발투수로 육성할 계획이다.
박세웅을 롯데로 보낸 것에 대한 아픔은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보다 큰 수확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 감독은 "지금 우리 팀을 보면, 고참 선수들 아니면 완전히 어린 선수들이다. 팀에 반드시 필요한 중간 선수층이 없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이런 측면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투수 최대성(30), 포수 장성우(25)와 윤여운(25), 외야수 하준호(26)는 군필자다. 지난해 대졸 신인으로 입단한 이창진(24)만이 미필 선수다. 게다가 최대성이 이제 30대에 접어들었을 뿐, 모두 20대다. 조 감독은 젊은 군필선수들이 고참과 신인급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kt의 주축이 되길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kt는 이날 윤여운을 제외한 네 명의 선수들을 모두 1군 엔트리에 등록시켰다. 또한 장성우와 하준호, 이창진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kt는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수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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