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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 한화 정범모, 허벅지 부상 1군 제외될 듯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02 10:44


"안타깝다.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이 좋았었는데…"

삶이란 때론 야박하리만치 공평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또 안좋은 일이 뒤따른다. 길흉화복의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은 대부분 '5할'에 수렴하게 마련이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야구도 마찬가지다. 늘 좋은 분위기만 이어가긴 어렵다. 행운의 기운이 차오르는 순간, 불행의 그림자도 스며든다. 이럴 때 '호사다마'라는 표현을 쓴다.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한화 정범모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23.
주전 선수들의 부상 속에서도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하며 '눈부신 4월'을 보냈던 한화 이글스. 5월 첫 경기에서도 짜릿한 4점차 역전승을 일궈내며 '희망찬 5월'을 향해 쾌조의 출발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핵심선수가 다쳤다. 포수 정범모(28)가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정황상 부상이 결코 가볍지 않을 가능성이 커 김성근 감독(73)의 한숨이 깊다. 기대만큼 성장해가는 제자가 다치자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범모는 당분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지난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1-5로 지다가 7대5로 뒤집기 한판승을 따냈다. 하지만 이 승리 뒤에 불운의 그림자가 있었다. 하필 핵심 선수인 정범모가 다친 것.

정범모는 이날 7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2-5로 뒤지던 4회말 귀중한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1사 2루에서 롯데 선발 송승준의 초구를 제대로 잡아당겨 2루 주자 김회성을 홈에 불러들였다. 역전의 발판을 만든 귀중한 타점이다.

그런데 이렇듯 기운이 가장 고조된 시점에 '마'가 끼었다. 1루에 있던 정범모는 후속타자 권용관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단독 도루는 아니었다. 벤치의 '히트앤드런' 사인이 있었다. 하지만 권용관이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을 했고, 정범모는 롯데 포수 강민호의 날카로운 송구에 막혀 2루에서 태그 아웃됐다.

여기까지는 늘 나올 수 있는 장면.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정범모는 2루 베이스쪽에 한동안 누워 일어서지 못했다. 수비수나 2루 베이스와의 거친 충돌은 없었지만, 정범모는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추평호 2루심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선 정범모는 절뚝거리며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음 이닝 수비 때 곧바로 조인성과 교체됐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통증으로 덕아웃에서 아이싱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그런데 이 부상이 알고보니 꽤 깊었었다. 정범모는 당시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슬라이딩 이전에 2루로 뛰는 과정에서 생긴 부상이다. 지금은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는데, 어제밤 다쳤을 때는 무척 아팠다." 2일 아침 정범모의 설명.


한화와 삼성의 2015 KBO리그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 전 덕아웃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15/

김성근 감독도 정범모의 부상에 큰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다. "요즘 리드도 그렇고, 타격도 엄청 좋아지고 있었는데 무지 안타깝네. '히트앤드런'을 괜히 시켰나 싶기도 하고. 트레이닝 코치에게 얘기를 들으니 달리면서 허벅지 쪽에 '툭'소리가 났다고 하더라. 가벼운 부상이 아닐 수도 있어 걱정이다."

트레이닝 코치의 보고를 들은 김 감독은 2일 아침 정범모를 즉시 병원으로 보내 정밀 검진을 받도록 했다. 정확한 부상 정도와 회복 시기는 검진 결과가 나와봐야 알수 있다. 하지만 일단 이상이 생긴만큼, 김 감독은 정범모를 당분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치료에 전념하게 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정범모 대신 이희근이 1군 엔트리에 돌아온다. 그리고 허도환 역시 올 수 있다. 다만 지성준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범모의 이탈은 한화에는 적지 않은 손실이다. 개막부터 4월 내내 안방을 지키며 승률 5할 이상을 만든 공신이다. 비록 몇몇 경기에서 어설픈 모습을 보여줬지만, 김 감독은 "다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이 정도 성적을 낸 데에는 정범모의 역할이 꽤 컸다"고 좋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또 다시 힘든 상황이 생겼지만, 어쩌겠나. 지금처럼 이겨내야지. 정범모가 다쳐 무척 속상하지만, 그나마 베테랑 조인성이 돌아온 게 팀으로선 그나마 다행"이라며 새로 찾아온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더불어 "정범모의 부상이 제발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간절히 밝혔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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