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의 고수'가 드디어 만천하에 숨은 실력을 드러냈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안영명이 선발 4연승을 내달리며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1위에 올랐다. 한화도 전날 패배를 영봉승으로 되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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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KIA 타선은 4회 1사 1, 3루에서 김경언의 내야 땅볼로 선취점을 뽑은 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김회성의 2점 홈런이 터지며 3-0으로 앞서나갔다. 안영명의 선발 4연승 가능성이 커진 순간이다. 안영명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박기남을 삼진으로 잡았다. 투구수를 봐서는 7회까지도 충분히 버틸 것 같았다. 그런데 후속 타자 필을 볼넷으로 내보낸 순간 한화 벤치가 빠르게 움직였다.
김성근 감독은 투구수가 91개로 늘어난 안영명을 한 박자 빨리 내렸다. 그리고 필승 좌완불펜 박정진을 올렸다. 이 교체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박정진은 후속타자 최희섭을 2구만에 병살타로 돌려세워 이닝을 끝냈다.
안영명은 "오늘은 다른 경기보다 제구가 잘 됐다. 포수 정범모의 리드도 좋았고 수비의 도움도 컸다. 초반에 적극적으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고 경기를 평가했다. 이어 "공 하나하나를 자신감있게 던지려하고 있다. 자신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안영명은 선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보직에 상관없이 나에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불펜이면 위기를 잘 막고, 선발이면 좀 더 긴 이닝을 소화하겠다"며 단단한 책임감을 보였다. 에이스의 아우라가 이 말 속에 담겨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