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은 물론 선수들은 순간순간 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고려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 선택이 득점을 하고 실점을 막는다면 더할나위 없지만 실패할 땐 아쉬움이 두배가 되기도 한다.
1사 1루서 6번 이범호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때 KIA 벤치에서 대주자 이호신을 그라운드로 보냈다. 누구의 대주자일까. 2루엔 나지완, 1루엔 이범호였다. 둘 다 발이 느린 선수. 아무래도 안타가 나올 때 홈으로 대시해야하는 2루주자를 바꿀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KIA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이범호와의 교체였다.
다리가 그리 좋지 않은 이범호의 몸상태를 생각했고, 병살타를 방지하기 위한 선택인 것으로 보였다.
연장 11회말 수비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영리한 플레이가 아웃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것이 결국 독이 됐다.
무사 1루서 삼성 4번 박찬도가 보내기번트를 시도했다. 공이 뜨면서 잡히는 타구. 2루로 스타트했던 1루주자 구자욱은 1루로 돌아오고 있었다. 대시한 3루수 박기남이 꾀를 부렸다. 인필드플라이가 선언되지 않아 공을 일부러 잡지 않고 바운드시켰다. 구자욱은 다시 2루로 뛰기 시작. 박기남은 침착하게 1루로 던져 먼저 박찬도를 아웃시켰고 1루에서 공을 잡은 2루수 최용규가 1-2루 사이에 선 구자욱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사실상 협살로 아웃되는 분위기.
구자욱은 2루로 조금씩 도망가다가 최용규가 쫓아오자 2루로 달리며 승부를 걸었다. 최용규도 2루로 송구. 그런데 유격수 강한울이 잡았을 땐 이미 구자욱이 강한울을 지나 2루에 손을 먼저 터치했다. 최용규가 공을 던지는 타이밍이 조금 늦은데다 강한울도 2루에서 앞쪽으로 나와있었던 것. 2아웃이 돼야할 상황이 1사 2루가 됐고, 결국 윤석민은 2사후 이승엽을 볼넷으로 거른 뒤 박해민과 상대했지만 끝내기 안타를 맞고 3대4로 패했다.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삼성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KIA는 분명 승리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조금의 차이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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