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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 투수 최영필(41)은 나이 때문에 주목받는 걸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듯 했다. 그런데 공식처럼 인터뷰 때 빠지지 않는 게 불혹을 넘은 나이이고, 우여곡절 많았던 야구 인생 스토리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올해도 최영필은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라 씩씩하게 던진다.
1일 SK전까지 팀이 치른 3경기에 모두 등판해 1승1홀드를 기록했다. 세 차례 등판 경기에서 1점도 내주지 않아 평균자책점이 '0'이다. 2⅓이닝 동안 8명을 상대해 2안타를 내주고 삼진 1개를 잡았다. 시즌 초반 KIA 신바람 야구의 숨은 주역 중 한명이 최영필이다.
3월 29일 개막 두번째 경기에서는 5-6으로 뒤진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이 9회말 역전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려 승리투수가 됐다.
4월 1일 SK전. 8회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무리 윤석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3대0 영봉승의 디딤돌을 놓은 호투였다. 불같은 강속구가 없어도 베테랑의 노련미로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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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 1차 지명을 받은 프로 19년차. 그동안 참 여러가지 일을 겪었다.
한화 이글스로 이적해 2010년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했는데, 불러주는 팀이 없어 미아가 됐다. 그래도 야구를 놓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가 사회인 리그에서 던졌다.
2012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두 시즌을 뛰었다. 2013년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구단이 은퇴를 얘기하자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어 방출을 요청했다. 불혹의 최영필을 찾는 팀은 없었다. 어렵게 테스트를 거쳐 신고선수로 타이거즈에 합류했다. 현대, 한화, SK에 이어 타이거즈가 그의 4번째 팀이 됐다.
지난해 6월에 1군에 오른 최영필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40경기에 나서 4승2패14홀드, 평균자책점 3.19. 53⅔이닝을 던져 KIA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불펜이 무너진 KIA에서 40세 최영필이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야구가 젊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7000만원 연봉이 1억3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2009년 이후 6년 만에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한화 소속이던 2007년의 개인 최고 연봉 1억3000만원과 같은 금액이다.
최영필은 올해 첫번째 목표는 풀타임으로 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겨울에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준비를 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최영필의 아들도 야구선수다. 올해 아들 종현이가 아버지의 모교인 경희대에 입학했다. 프로의 길이 어렵하다는 걸 알기에 야구선수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부자가 동시에 프로에서 뛰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들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뒤로 늦춰졌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주니치 드래곤즈의 좌완 야마모토 마사(50)가 최고령 투수다. 야마모토는 지난해 9월 한신 타이거즈전에 등판해 승리투수가 되면서 일본 프로야구 최고령 승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프로야구에 야마모토가 있다면, 한국 프로야구에는 최영필이 있다. KIA 불펜의 든든한 맏형 최영필을 지켜보자.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