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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즌 선발 15승과 35세이브,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둬야 할까.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승수, 세이브 기록과 별개로 평균자책점, 구위 등 조금 더 세밀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경기당 평균 5이닝, 평균자책점 4점대 이상의 15승 투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김기태 감독은 정규시즌 개막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미국에서 돌아와 3월 초 팀에 합류한 윤석민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겼다.
'마무리 윤석민' 카드가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윤석민은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개막전 8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3-0으로 앞선 가운데 김기태 감독은 아웃카운트 4개를 윤석민에게 맡겼다. 최영필 심동섭이 아웃카운트 1개씩 잡아 낸 후 중심타선을 맞아 윤석민을 호출했다. 다소 여유가 있는 점수차에서 승리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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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수 22개에 직구가 최고 145km, 슬라이더가 138km까지 나왔다. 8회초에 장타 2개를 내줬으나 팀 승리를 지켰으니 성공적인 마무리 신고하다. 8회초와 9회초 내용이 크게 달랐다. 긴장감이 큰 개막전이었고, 1년 만의 복귀전이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윤석민은 선발과 마무리를 모두 경험한 에이스급 투수다. 2013년까지 73승에 44세이브를 기록했다. 2006년에는 19세이브, 2005년 2009년 2013년에 각각 7세이브씩 거뒀다. KIA가 윤석민 보직을 놓고 고민했던 이유다.
15승까지 기대할 수 있는 선발도 필요하지만, 타이거즈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마무리가 더 급했다.
KIA는 최근 몇 년 간 불안한 불펜, 허약한 마무리 때문에 악전고투했다. 8위에 그쳤던 2013년과 2014년은 더 그랬다. 2013년 외국인 마무리 앤서니가 3패20세이브-평균자책점 4.50, 2014년 어센시오가 4승1패20세이브-평균자책점 4.05을 기록했다. 3~4차로 앞서다가도 경기 후반에 불펜이 무너져 내준 경기가 많았다.
지난 시즌 후반에 마무리를 맡았던 심동섭이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 뒷문을 책임졌는데, 조금 더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심동섭이 불펜으로 가면서 '심동섭-윤석민' 필승조가 가동한다. 현실적으로 '선발 윤석민'보다 더 시너지 효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김기태 감독은 심동섭이 8회에 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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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 결정의 고려 요소는 또 있었다. 윤석민은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 A팀에서 주로 선발로 나섰는데,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한 경기 5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가 많지 않았다. 더구나 8월 이후 후반기에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 시즌을 마감했다. 선발 투수를 맡는다고 해도 긴 이닝을 소화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불펜이 약한 KIA에서 선발 투수는 최대한 이닝을 소화해 불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선발 윤석민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게 마무리 윤석민이다.
'마무리 윤석민'이 타이거즈 마운드 체질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성급하게 예상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마무리 윤석민'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