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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재활' 한화 김태완, '야신'의 믿음에 페이스 업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19 11:10


"거의 포기할 뻔 했는데…기적이죠."

지난해 12월 말. 그는 깊은 상실감에 젖어 있었다. 가만히 있는 것 외에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 타오르던 의욕은 부상 앞에 꺾여 버렸다. 병원에서는 그냥 쉬라는 말만 했다. '어깨 충돌증후군'은 특별한 치료법이 따로 없다. 약물 치료와 재활 운동 프로그램 등이 있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당시만 해도 '전치 8개월'이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시즌을 포기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한화 이글스 김태완에게 지난 겨울은 춥기만 했다.

김성근 감독(73)이 새로 부임한 뒤 김태완은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었다. 성균관대 재학시절 인스트럭터로 잠시 만난 김 감독은 김태완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많은 조언을 해줬던 인연이 있다. 김태완 역시 "어린 시절에 만난 감독님께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계속 침체되고 있는데, 다시 한번 내 모든 것을 이끌어내보이고 싶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래서 11월 마무리캠프 당시에도 힘겨운 훈련을 웃으며 소화했다.

하지만 금세 몸에 탈이 났다. 어깨가 계속 아파 국내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검진 결과는 어깨 충돌증후군. 무조건적인 휴식을 하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때부터 김태완은 배트를 쥘 수 없었다. 당연히 스프링캠프 참가도 무산됐다. 야구를 그만 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그래도 김태완은 야구를 놓을 수 없었다. 1월에 서산 2군 훈련장 근처에 작은 방을 하나 얻어 아예 거기서 숙식을 해결했다. 배트를 휘두를 수는 없었지만, 다른 동료들과 함께 뛸 수는 있었다. 적어도 어깨가 아프지 않게 됐을 때 몸관리가 안돼 야구를 못하게 되고 싶진 않았다. 체력 보강훈련을 계속 이어가면서 식단 조절을 통해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 야구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뒤부터였다.

기적은 가끔씩 소나기처럼 찾아온다. 그렇게 2개월 남짓, 서산에서 보내는 와중에 어깨 통증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병원에 다시 가보니 "전에 비해 많이 호전됐다. 이제 서서히 훈련을 해도 될 것 같다"는 판정을 받았다. 완치 소견까지는 아니었지만, 훈련을 받을 상태까지는 호전됐다는 말에 김태완은 다시 배트를 쥐었다. 티배팅부터 다시 시작.

김태완이 다시 배트를 잡았다는 소식에 곧바로 김성근 감독의 호출이 따라왔다. 김태완은 서산의 짐을 챙겨 다시 대전으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지난 17일 대전구장에서 김 감독과 면담을 했다. "어깨는 좀 어떠냐." "예, 많이 좋아졌습니다. 훈련 할 수 있습니다." "그래? 일단 천천히 하고, 혹시 코치들이 운동을 더 시키려고 해도 네가 안좋다 싶으면 그만하겠다고 해라."

이례적인 말이다. 선수 본인에게 훈련량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김태완은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어 정말 감사했어요.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네요"라며 "이렇게 훈련할 수 있게된 것만 해도 기적같은 일이에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감독님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돌아오겠습니다"는 다짐을 했다.


김태완이 1군에 돌아오게 된다면 한화로서는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지명타자로서 최진행과 거포 경쟁을 충분히 벌일 수 있는 인물이다. 정상컨디션에서는 20홈런이 가능한 힘과 재능이 있기 때문. 김 감독도 이런 점을 염두해두고 김태완의 몸상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김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는 김태완이 언제쯤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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