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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책에 운 류현진, 완벽한 제구력은 위안거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3-18 06:50


LG 트윈스가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의 글렌데일 다저스 스프링캠프장에서 전지훈련에 임했다. 류현진이 LG 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다. 전력질주로 몸을 푼 류현진이 땀을 닦고 있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1.21

실책에 운 '괴물' 류현진이었다.

시범경기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기분이 좋을 수는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투수가 아무리 열심히 던져도, 동료들의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투수의 힘은 빠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2015 시즌 시범경기 두 번째 선발등판을 마쳤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3이닝, 50여개의 공을 던질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에서 류현진은 46개의 공을 던지며 정확히 3이닝을 소화했다. 3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 자책점은 단 1점이었다.

2개의 치명적인 실책에 3회 망쳤다

첫 두 이닝은 완벽했다. 1회 선두 레오니스 마틴을 상대로 자신있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그리고 2S 유리한 볼카운트 상황서 몸쪽 높은 공을 던져 1루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유도했다. 2번 앨비스 앤두르스에게 초구 중전안타를 허용했지만 3번 강타자 아드리안 벨트레를 병살로 유도해냈다.

2회에는 삼진 쇼가 빛났다. 4번 카일 블랭크스, 5번 라이언 루드윅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6번 라이언 루아는 우익수 파울 플라이.

하지만 3회 동료들이 류현진의 경기를 망쳐버렸다. 류현진은 3회 선두 로빈슨 치리노스에게 유격수와 3루수 사이 깊은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류현진의 유일한 잘못이었다. 이 내야안타로 모든게 꼬였다. 8번 제이크 스몰린스키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포수 야스마니 그랜들달이 몸쪽으로 앉았으나 류현진의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하지만 심판은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았다. 무사 1, 2루 위기. 9번 에드 루카스의 희생번트가 나왔다.

다시 돌아온 1번타자 마틴. 류현진의 승부는 좋았다. 2S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낮은 볼로 1루쪽 땅볼을 유도해냈다. 타구가 빨라 잡기만 했더라면 3루주자를 묶거나 홈에서 승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루수 스캇 반 슬라이크의 마음이 급했다. 제대로 바운드를 맞추지 못했다. 반 슬라이크의 다리를 때린 공은 중견수 방면으로 데굴데굴 굴렀고 주자 2명 모두 여유있게 홈인.


불운은 이어졌다. 2번 앨비스 앤드루스의 3루 땅볼 타구도 바운드가 높아 3루수 저스틴 터너가 껑충 뛰었지만 잡아내지 못해 내야안타가 됐다. 이어진 1사 1, 3루 위기서 1루주자 앤드루스가 아드리안 벨트레 타석에 도루를 시도하다 협살에 걸릴 상황이 됐다. 이 때 포수 그랜달이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어이없는 2루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이 때 3루주자 마틴마저 홈을 밟았다. 허무한 실점.

하지만 류현진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벨트레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2루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4번 카일 블랭크스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1루 견제로 주자 앤드루스의 2루 도루를 막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직구는 느려도 제구는 좋았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확실히 시범경기의 여유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전력으로 피칭하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구와 변화구 구사를 시험하는 차원의 등판이었다.

1회에는 이날 경기 최고구속이 나왔다. 93마일(150㎞). 하지만 1회 뿐이었다. 2회부터 류현진의 직구는 80마일 후반대를 기록했다. 140㎞ 중반대 직구였다. 정규시즌 94~95마일 150㎞ 이상의 직구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이제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이기에 컨디션을 100% 끌어올릴 이유가 없었다.

중요한 건 제구였다. 이날 경기 제구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했다. 2회 블랭크스와 루드윅 연속 삼진 장면도 구위보다는 제구였다. 우타자 블랭크스를 상대로 홈플레이트 바깥쪽 공 1~2개 정도 빠지는 위치에 유인구를 던졌다. 포수 그랜들이 미트를 벌린 곳에 그대로 공을 꽂았다. 눈에 보여 휘둘러도 맞지 않는 위치. 루드윅 삼진은 반전이었다. 풀카운트 상황서 몸쪽 깊은 곳으로 직구를 던졌다. 타자는 볼넷인줄 알고 뛰어나가려 했지만, 심판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선언했다. 이날 경기 좌-우 코너워크가 자유자재였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지 않은 대신 슬라이더 점검에 힘썼는데,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다 뚝 떨어지며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의 제구도 괜찮았다.

조금 아쉬웠던 측면은 이날 경기 구심이 우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 판정에 후하지 않았다는 점. 류현진의 주특기가 우타자 바깥쪽 승부이고, 이날 경기 바깥쪽 제구도 잘 들어갔지만 심판의 손이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3회 무사 1루 상황서 8번 스몰린스키와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류현진의 공이 한가운데로 들어갔지만 볼넷 판정이 나오며 경기가 꼬였다. 포수 그랜달이 타자쪽으로 바짝 붙어 앉아 심판 입장에서는 바깥쪽으로 공이 형성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공이었다.

류현진이 차근차근 몸상태를 끌어올려 이날 경기 제구력을 유지한 채 이전 정규시즌과 같은 구속, 구위를 회복한다면 올시즌도 쾌청할 전망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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