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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의 진짜 실력은 시즌 시작 후 최소 한 달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브라운은 지난 11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또다시 홈런포를 가동했다. 시범경기에서 벌써 2개의 대포를 날렸다. 0-0이던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브라운은 한화 선발 쉐인 유먼을 상대로 중월 125m짜리 솔로포를 터뜨렸다.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 141㎞짜리 직구가 몸쪽으로 날아들자 가볍게 방망이를 돌려 포물선 아치를 그렸다. 지난 8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144㎞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를 그대로 밀어때려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간결하고 빠른 스윙이 돋보였다. 김용희 감독은 브라운의 타격에 대해 "스윙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타구를 가운데를 기준으로 우중간과 좌중간으로 보내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홈런타자들은 보통 잡아당기는 타격을 좋아하는데, 브라운은 당겨치고 밀어치는 전천후 스윙을 한다는게 강점이다. 게다가 공을 신중하게 고르는 스타일이라 무모하게 찬스를 날려버리는 경우도 거의 없다. 브라운은 이날까지 타율 6할6푼7리(9타수 6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적이다.
SK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135홈런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루크 스캇을 데려왔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만 보고 말았다. 시즌 개막전에서 홈런을 치며 기대감을 갖게 한 스캇은 이후 페이스가 처지더니 급기야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고, 그라운드에서 감독과 볼썽사나운 언쟁을 벌이다 결국 퇴출됐다.
SK가 '인성'을 중요한 영입 판단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이 때문이다. 브라운의 인성은 이미 전훈 캠프에서 동료들을 놀라게 했을 정도다. 야간 자율훈련에 적극적으로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도 꺼리지 않고 단숨에 해치울 정도로 붙임성 또한 일품이다. 시범경기 개막 즈음에는 뉴욕 메츠 시절의 한 소년 팬이 한국으로 팬레터를 보내오는 등 침착하고 밝은 성격이 매력적이다.
브라운은 "한국 투수들의 공을 하나하나 파악해 가고 있다. 홈런이 나오는 것은 상대의 실투 때문이다. 아직은 적응하는 과정이다"면서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